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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전철사고/장학만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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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전철사고/장학만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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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상오8시10분께 서울 구로구 오류전철역에서 정전사고로 국철 1호선이 1시간 30분동안 불통됐다. 서울과 경인지역으로 출근하던 3만여 시민들이 차를 바꿔 타느라 허둥대는 역 부근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직장마다 지각사태가 빚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잦은 사고에 화가 난 승객중 4백여명이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차라리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승객들은 전동차에서 내려 철길을 따라 역밖으로 빠져나가 도로에서 버스나 택시를 잡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툭하면 발생하는 전철사고에 익숙해진 탓인지 승객들의 행동은 「조건반사」에 가까웠다.

 『콩나물 시루 전철에 시달려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근래에는 사고까지 잇따라 이중으로 곤욕을 치르다 보니 이제는 항의하기에도 지쳤다』고 머리가 헝클어진 30대 회사원은 푸념했다. 전철역 한 직원은 『승객들이 뜻밖에도 조용해 이상할 정도였다』고 미안해 했다.

 철도청측의 사고원인 설명은 간단하기만 하다. 전차선을 지탱하는 조가선(조가선)이 끊기면서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에 고압전류가 흘러 부하가 걸리면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전부다.

 한 복구반원은 조가선이 끊긴 원인을 묻는 승객들에게 신도림 가리봉 영등포 구로역 일대가 아황산가스를 배출하는 공장들이 밀집돼 있어 이들 역의 전선이 다른 지역보다 부식이 빠르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심야 몇시간 동안 전선을 점검해도 이번과 같은 갑작스런 사고위험은 항상 뒤따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류 구로 영등포역 일대에서 조가선이 끊어진 사고는 이전에도 있었다. 근본대책은 없이 형식적인 점검만 하고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항상 사고가 날 개연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대책없이 언제까지 승객들에게  조건반사만을 강요할 것인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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