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조화에 「함축적」의미/불구속기소나 기소유예 유력 박태준전포철회장이 노모의 별세로 오랜 해외체류를 끝내고 귀국할 것이 확실함에 따라 뇌물수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혐의로 기소중지 상태인 그의 신병처리 문제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권은 박전회장이 귀국하면 사법처리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오래전부터 신중한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으로서는 이 문제가 그만큼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로 볼때 구속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자칫 지난 대통령선거때 민자당최고위원으로 보인 박전회장의 처신에 대한 정치보복 인상을 줄 수가 있고 그렇다고 유야무야 넘겨 버리면 사정에 성역이 없다고 강조해 온 정부의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권출범 초기만 해도 개혁사정 분위기에다 감정의 앙금도 남아 있어 구속불가피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전회장쪽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직간접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전회장의 해외체류가 길어지고 노모가 병환인데도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등이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를 움직이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들어 사정작업도 한풀 꺾이던 참이었다. 김대통령은 7일 박전회장 모친의 부음을 보고받고 바로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또 8일께 관련 비서관을 보내 조의를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민자당 대표시절 박전회장은 최고위원을 지냈고 박전회장이 국가경제에 공헌한 점등을 감안할 때 조의표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박전회장의 신병처리문제와 관련,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전회장 사법처리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의미를 생각해 순리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해 박전회장을 구속까지 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물론 고위사정관계자는 『박전회장이 기소중지 상태이므로 노모의 장례를 치르고 나면 검찰조사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도 『조사후 사법처리는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입증된 「혐의」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사실 박전회장을 구속하지 않기로 한 여권의 방침은 올해들어 상당히 오래전에 내려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분위기는 박전회장쪽에도 감지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측은 그동안 여권과 박전회장쪽간에 여러가지 얘기가 오갔음을 의미한다.
다만 여권은 기소유예등으로 아예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사정원칙과 비교해 형평상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매듭지을 방침인것 같다.
그러나 박전회장의 나이와 국가경제에 미친 공적등을 감안해 불구소 기소보다 더 정치적 관용을 택해 기소유예로 아예 사법처리를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불구속 기소를 하든 아예 사법처리를 하지 않든 여권의 이같은 복안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고려도 깔려 있을 것이다. 새정부출범 1년 반을 넘겼으므로 개혁사정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권지지기반문제등을 고려할 때 보다 포용력 있는 자세가 정국운용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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