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 고려 80년이후 조심스레 거론/전시대비 연합방위체제는 그대로 유지 6일 미국에서 열린 제16차 한미군사위원회는 지난 92년부터 논의되어온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 환수절차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앞으로 두나라 국방장관의 관련 약정서명과 우리나라 외무장관과 주한미국대사 사이의 각서교환이 남아있지만 이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군사위원회 한국측 관계자는 『이제 독립주권 국가로서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명실상부한 독자적 작전지휘체계를 확립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방위의 한국화」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군은 모든 부대이동과 항공기·함정출동등의 전력운용, 군사대비태세 강화조치등의 작전활동을 미군장성들이 주도하는 한미연합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수행한다. 이에따라 ▲능률적인 군조직 정비 ▲미래지향적인 전력조정 ▲통합교리 발전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미군이 작전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한국군은 군사전략, 군수소요 및 군사우선순위 관리에 있어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전략적 지휘원칙을 제대로 세울 수 없었고 군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경험과 직감에 의존할 여지가 많았던 것이다.
44년전 유엔군사령관에 넘어간 한국군 평시작전통제권의 환수문제는 지난 79년 12·12쿠데타,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두나라 군사관계자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군 병력이 한미연합사의 허가없이 동원된데에 따른 책임문제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주권국가로서의 한국민의 정서도 크게 고려되었다.
그러나 평시작전권이 한국군에 넘어 오더라도 전시작전계획 수립, 연합정보 관리, 한미연합훈련 주관등의 책임과 권한은 여전히 한미연합사가 갖는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와 전시에 대비한 연합방위체제는 조금도 약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국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으로 전시에 대비한 작전계획 수립에 한국군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이지만 한반도 방위체제에 급속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평시작전권을 갖는다고 해서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고 미군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 변경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 정보수집 자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으로선 계속 한미연합정보 능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이 주한미군 정보자산중 원격조정무인 정찰기 RV1D와 영상정보수집기 OV1D를 96년에 철수키로 한 것에 우려를 나타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초 평시작전권 환수문제가 논의될 때부터 한국군이 팀스피리트등 연합훈련을 주관하게 된다는 견해가 많았으나 결국 미군이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러한 제한사항들로 인해 한국군이 얼마나 깊이 있게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이뤄낼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작전권은 미국이 행사한다. 그러나 전쟁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에 이르면 한국합참과 연합사가 공동으로 위기관리를 판단하며 합참의장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평시작전권을 미국에 넘겨주게 된다. 이는 NATO와 같은 형태다. 그러나 위기상황의 시점판단을 두고 한국과 미국은 상당한 견해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단은 평시작전권의 실질적 내용과 의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군사위원회는 북한의 평화협정체결 공세에 관계없이 지금과 같이 유엔군사령관 책임 아래 정전협정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군전력을 보강하고 연합연습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두나라는 안보동맹에 바탕을 둔 동반자관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 할 수 있다.【워싱턴=손태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