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사병,그장교(장명수칼럼:172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사병,그장교(장명수칼럼:1729)

입력
1994.10.07 00:00
0 0

 지난달 27일 소위 2명이 무장탈영하는 소동에 놀랐던 사람들은 탈영의 원인이 되었던 사병들의 하극상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며 경악하고 있다. 『이럴수가!』 『군대마저!』라고 외치며 사람들은 군과 38선을 동시에 보고 있다. 오랜 군사독재의 사슬이 느슨해 질때마다 우리 사회의 기존질서는 곳곳에서 도전을 받곤 했다. 독재에 의지하여 강화된 권위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덧없이 무너졌다. 노와 사,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특권층과 일반 국민등 거의 모든 관계에서 새 질서가 태동하는 진통을 겪었다. 군 역시 무풍지대일수 없었다. 절대권력의 비호와 권위주의로 무장한채 부하를 다스리던 지휘관들은 군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세찬 도전을 받고 있다.

 지도층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당했거나 민주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집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그동안 흔히 있었던 일이다.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를 겪고 있는 젊은 세대가 조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문민정부 출범으로 과거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군에서 크고 작은 하극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나 군에서나 지도자 내지 중간 간부층이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대장 장두혁중령(41)은「소대장 길들이기 3개월 작전」이라는 조직적인 하극상 계획을 세워 소대장 모욕을 일삼고 구타까지 한 사병들을 군법회의에 회부하지 않고 부대내 영창에 수감하는 정도로 넘겼다. 사건의 축소은폐 기도는 군 최고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육군은 장교 탈영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그 장교들이 탈영이유로 내세운 「하극상」부분보다 장교들의「자질부족」에 초점을 맞추려했고, 지난 2일 대대장등 29명을 구속하고도 그 사실을 숨겨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축소은폐하려는 것은 군의 고질병이다.

 무장탈영한 김특중(22) 조한섭소위(24)의 미숙함은 그 장교에 그 사병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올해 육사와 대학을 졸업한 신참 소위들이 사병들의 소대장 구타와 대대장의 미온적 처리에 얼마나 분노했을지 이해할수 있으나, 무장탈영은 가출소년 수준이다.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불상사가 일어나면 무조건 지휘관을 문책하고 감점하는 군의 관례도 바뀌어야 한다. 그 불상사가 왜 일어났으며, 지휘관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따져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습능력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사고를 치고 죽은 부하를 영웅으로 만들어 국립묘지에 묻었다는 지휘관들의 이야기가 더이상 시중의 농담거리가 돼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은 규율과 명령이 생명인 군에서 자행된 조직적이고 원색적인 하극상, 그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던 지휘관의 무사안일, 그에 대한 불만을 무장탈영으로 고발하려 한 장교들의 미숙함이 한데 어울린 복합사건이다. 군은 이번 사고를 위기의 신호로 받아 들이고, 그 원인을 광범위하게 분석하여 「사과와 엄벌」이상의 처방을 내놔야 한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