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부정·비리의 깊이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인천북구청사건에서 보듯 말단세무공무원들의 조직적 도세범행도 모자라 이번엔 지방 토호마저 그 공범의 혐의를 받기에 이르렀다니 참으로 기막힌 비리의 확산이다. 토호란게 뭣인가. 반상과 함께 대지주와 소작농이 엄연했던 전제봉건시절 지방에 웅거하며 토호질을 일삼았던 무리를 일컬음이다. 결국 그들이 오늘에 와서 그처럼 재등장해 세력을 떨치고 있음은 감히 시대마저 역류하려는 거대한 탁류의 존재를 상징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아울러 토호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 정도가 중증일뿐더러 복합적임을 시사해 준다. 왜냐하면 공직자들만의 부정이야 공직사회정화로 막을 수 있지만, 민간토호세력과 관이 짜고 해먹는 복합체형 부정은 너무나 교묘해 그 적발과 근절이 매우 힘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부정마저 마다않는 토호세력의 존재란 「사람위에 사람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오늘의 민주평등사회에 역행하는 온갖 해악과 위화감을 일으키게도 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복합체형 토호조직이 1백40여개에 이른다는 주장의 제기다. 국회내무위서 거론된 인천지역의 「부화회」 「일삼회」를 비롯한 이들 유사모임들이 모두 부정의 복합체로서 지역이권을 끼리끼리 주물럭거리고 비호하며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가하면 기관장까지 축출하는 등의 폐악을 부려왔다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국민들간에 심정적으로는 이미 그런 토호세력의 존재를 감지하고 복합적 부정행태에 저항감을 느껴온바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겠다.
돌이켜 보면 과거의 전제·군사정권시절 지역마다 안기부등 특수기관주도의 대책회의가 있어왔음은 알려진 바다. 그 대책회의에는 기관장뿐 아니라 지역유지나 상공인들도 참가, 정권적 체제유지에 복합적으로 협력하는 한편으로 이권을 챙기고 비호도 받아왔다.
그런 잘못된 관례가 살아남아 여당의 지방조직 또는 유력자끼리의 친목단체결성이나 토호들의 지방의회진출등으로 그 모습을 쉽사리 바꿔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연결고리와 야합이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데 있다. 우선 민주체제를 부정할 정도로 불평등과 공직부패를 부채질하면서 지자제의 존립마저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토호세력을 뿌리뽑고 관과의 사슬잇기를 막으려면 공직자의 토호세력성 사조직가입을 전면 금지하고, 로비나 비호행위를 강력규제하면서 법집행을 보다 엄격히 해야한다. 아울러 걸핏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사조직과 공조직을 만들어 이용하려는 정권적 행태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부정의 늪은 이처럼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제 당국은 지금까지와 같은 엄포성의 표피적 개혁관행에서 벗어나 보다 다각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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