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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어머니 무덤에 바친 눈물젖은 상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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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어머니 무덤에 바친 눈물젖은 상패

입력
199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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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대상 장려상 박수천씨 시상식날 장례/가난속 결혼까지 미루며 봉양/“더 사실수 있었는데…” 목메어 5일 상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서울시민대상 시상식장에서 장려상을 받은 박수천씨(47)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15년동안 지극한 정성으로 모셔온 8순의 양어머니(김영순)가 시상식 이틀전에 노환으로 숨을 거둬 시상식날 장례를 치른 것이다. 행사가 끝나자 그는 장지인 용인군 천주교묘지로 달려가 상패와 메달을 무덤앞에 놓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상패와 메달을 어머니께 안겨드리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누워있던 빈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박씨는 또 울음을 터뜨렸다.

 박씨가 서울시내 각 구청과 사회단체들이 추천한 66명의 후보자를 물리치고 효행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은 고혈압과 당뇨의 합병증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양어머니를 친어머니 이상으로 섬겨온 지극한 효성때문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작은 병원에 모셨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큰 병원에 입원시켜 드렸으면 조금이라도 더 사실 수 있었을 텐데…』 박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7살때 친어머니를 여의고 14살때 아버지마저 잃어 천애고아가 된 박씨가 김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60년대초 북가좌동 부호 김씨집에 머슴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박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김씨의 두아들을 형이라고 부르고 친아들처럼 잘 대해준 김씨를 어머니라 부르며 한가족이 됐다. 그러나 큰아들이 사업에 실패한 후유증으로 죽고 둘째 아들은 미국으로 이민 가 『어머니가 재산을 장남에게만 물려주었는데 내가 모실 이유가 없다』며 소식을 끊었다.

 이때부터 15년동안 박씨는 수도관 매설공으로 일하며 지금껏 결혼도 미룬채 김씨를 섬겨왔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도 박씨를 김씨의 친아들로만 알았다. 양어머니가 남겨준 염주등 몇 안되는 유물을 펼쳐보이던 박씨는 『고아시절 따뜻하게 대해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단 한번도 양어머니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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