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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가 왜 이 지경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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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가 왜 이 지경인가(사설)

입력
199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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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우리 군이 왜 이러는가. 근래들어 「율곡」 비리등 과거 정치바람을 탄 일부 고위직 비리가 드러났다지만 군내부야 여전한 「막강」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않는가. 이미 건군 후 유례가 없는 평시의 치욕적인 장교무장탈영사건이 일어났는가 하면 그 합동원인조사의 중간결과 사병이 거꾸로 장교를 길들이는 전대미문의 원초적 하극상이 공공연히 행해져왔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태야 말로 국민들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이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배신이 아닐 수가 없다. 막대한 국고로 키워왔고 안보의 방벽으로 신뢰해왔을 뿐 아니라 젊은 자제들까지 보내며 의탁해온 국토방위의무와 애국심의 표상이어야 할 특수조직이 바로 군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으로까지 군기가 땅에 떨어질 수가 있는가에 모두가 망연자실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군과 같은 특수집단의 생명은 바로 군기와 사기에 있다. 아무리 조직이 방대하고 무장이 현대화되어 있다 해도 일단 「군령」 자체가 서지 않으면 막강은 고사하고 유사시 무용지물이 되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전투전개의 가장 기본편성부대인 소대에서 유일한 장교인 소대장의 영이 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꾸로 사병들이 작당해 소대장실에서의 화투놀이, 소대장에 대한 반말지시, 소대장 전투화감추기등 지휘체계문란마저 공공연히 기도했다니 이런 망발이 또 없다.

 더욱 기가 찰 노릇은 이런 한심스런 작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우리의 군수뇌부가 국민 앞에서 잘못했다고 겸손히 무릎꿇지도 물러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극소수 말단소대의 일인데다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변명을 앞세울 터이지만 하나를 보면 능히 열을 알 수 있는게 바로 군의 기율과 사기이고 보면 그런 변명이 통할 시점도 이미 지났다 하겠다.

 앞으로의 과제는 왜 이런 원초적 하극상이 빚어진 것인지 군 내부에 숨겨진 구조적 원인을 소상히 밝혀내고, 땅에 떨어진 군령·군기 및 사기를 하루빨리 되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최근 덩달아 말썽이 되고 있는 각군별 불균형에 대한 불만표출과 군인사의 여전한 인맥·지맥풍조로 인한 사기저하후유증, 그리고 과거 오랫동안 군사정권의 과보호와 비호 속에 안주해오는 과정에서 뿌리깊어진 각종 부조리와 불평불만이 아직도 일소되지 못한 채 신세대 사병들의 반발과 겹쳐지고 있는 또다른 사태등도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해결과 함께 엄정한 신상필벌과 지휘체계의 재점검 및 재교육이 이뤄질 때 군기는 비로소 차츰 바로잡혀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수뇌부의 빠른 인책과 처벌은 불가피할 것 같다. 이번 사태가 어디 예사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당국의 결단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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