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좌지우지… 기관장 축출까지/민관복합체형 사조직 만들어 영향력/지자제 존립위협… 부패고리 끊어야 일선행정기관과 「지역토호」간의 구조화된 비리사슬이 조만간 개혁사정의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토호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관민복합체」 성격의 사조직들이 이번 사건의 직·간접적인 비호세력으로 작용했다는 흔적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내무위 국감에서 드러난 인천지역의 「부화회」 또는 「일삼회」라는 단체가 처음부터 이권조직이라거나 비리온상이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또 전국적으로 1백40여개에 달하는 유사한 모임을 한 묶음으로 백안시하는 것도 아직은 빠르다.
하지만 지난 해 이른바 「토착비리」에 대한 사정바람이 한 차례 휩쓸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친목을 앞세운 사실상의 사조직들이 적잖게 온존하면서 지방행정을 파벌·이권 집단화하고 있다는 얘기의 한 단면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입증된 셈이다. 더구나 관과 정치권 일부를 회원으로 포함시킨 이들 단체들이 공무원의 비리를 부추기고 묵인하며 이권과 특혜를 누리는데 머무르지 않고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여야의원들의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내년의 지자제선거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릴 경우 상당한 지역에서 단체장 또는 의회의장쪽으로 지역토호들이 유착해 자치행정을 파벌화하고 이권화할 우려가 크다』며 견제장치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줄곧 제기돼왔다.
인천북구청사건이 단순한 세금비리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비호·공모세력의 일상화된 부패구조의 산물이라는 의혹은 이러한 우려를 한층 현실화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권이 공무원과 기업체임원, 지방의회의원, 지역유지들로 구성된 갖가지 이름의 친목집단을 전국적으로 파악하며 구체적 모임성격과 활동내용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지방친목단체의 취지가 아무리 번듯해도 구성원의 성격상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굴절되기 쉽다는 것이며 북구청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라는 인식이다.
여당의원마저 『(토호세력의)구정개입관행을 바로잡으려던 구청장이 오히려 이들의 반발로 물러나게 되고 지역유지들이 자신의 땅을 상업지구로 변경해 막대한 이익을 보는등 구정이 이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온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구의회 관계자들이(구의회의장이자 친목단체회장인) 새마을금고 이사장실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이곳에 구청의 국·과장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때문에 여권이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개혁사정에 나서면서 이들 토호세력을 동시에 겨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리공무원이 처벌받은 후에도 「서식」할 수 있는 온상을 놔둔 채 드러난 비리만 단속해봐야 정부가 의도하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자당의 정책관계자는 『토호세력과 일부 행정기관의 유착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자치행정의 조기정착을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부화회니 일삼회니 하는 것은 전체로 보면 극히 작은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제에 관청과 토호세력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은 물론 자치행정이 몇 사람의 손에 의해 파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입법조치도 검토중』이라며 『이번에 재산공개공무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도 크게 봐서 이같은 작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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