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베스트셀러 진입·「토지」 완간이후 판매 2배증가 최근 조정래씨의 「아리랑」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박경리씨의 「토지」 역시 25년만에 완간됨으로써 가을 서점가에 새로운 본격 대하소설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아리랑」(해냄간)은 지금까지 전12권중 6권이 나왔는데 9월부터 교보문고 종로서적 을지서적등 대형서점의 소설부문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또한 도서도매상인 청운서적의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오름으로써 소형서점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아리랑」이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 만주 시베리아까지 장대하게 스케일을 펼치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굴욕과 수난보다는 항거와 투쟁의 민족주체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등을 이 책이 읽히는 특성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 소설이 80년대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태백산맥」의 전편에 해당된다는 점이 독자들의 독서욕구를 끄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남현교수(서울대 국문학)는 『「아리랑」에는 국내외를 발로 뛰어 다닌 작가의 땀이 배어있다. 작가의 성실성과 문학성, 기존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외 항일투쟁기, 그리고 정감어린 호남방언등으로 정통 대하소설붐의 불쏘시개를 지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리랑」은 내년 3·1절까지 전12권을 완간할 예정인데, 출판계에서는 『책판매량이 광고량에 비례하는 현실에서 출판사의 적극적인 광고공세가 판매에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보문고 소설코너의 성선기주임(34)은 『「아리랑」의 베스트셀러 진입말고도 「토지」가 완간 이후 판매량이 2배 가량 늘었다. 독서풍토가 유행을 타는 경향이 강한데다 내년이 광복50주년이어서 사회적으로 과거를 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대하소설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 동학혁명을 다루면서 금년초와 지난 8월에 각각 완간된 「녹두장군」(송기숙지음·전12권)과 「동학제」(한승원지음·전7권)도 정통 대하소설로 문학성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나 판매는 다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 대하소설은 70년대 「장길산」, 80년대 「태백산맥」등으로 큰 줄기를 이뤄오다 90년대들어 양적으로 계속 확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었다. 그 이유는 포스트모던 문학의 등장이라든지 주요 독자층인 젊은이들의 인스턴트식 사고·생활방식등 급변한 세태탓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씨는 『대하소설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총체적 안목과 시민사회의 폭을 반영함으로써 존립근거를 갖는다. 이제 과거에 치우치기보다는 현실의 핵심과 모순을 짚어내고 앞날을 전망하는 대하소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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