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원자로 폐쇄따른 전력손실 보전용의/“한국형경수로 마지노선”… 파국에도 대비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핵전담대사가 5일 제네바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이날중 북미간 수석대표회담이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물고 있는 한승주외무장관은 4일 제네바 향발을 앞둔 갈루치대사를 면담하고 북미회담의 속개에 따른 미국측 전략을 협의하는 한편 특별사찰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관은 이날 특별사찰실시와 한국형경수로관철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거듭 강조하고 미국측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회담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속개되는 북미회담의 전망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는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결렬일보직전까지 갔던 지난번 회담의 여파가 회담진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3단계고위급회담이 이번 2차회담에서 「광범위하고 철저한 타결」을 보지 못하고 3차,4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북미회담의 파국가능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북미협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이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사태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일각에서 북한핵문제가 다시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목표와 원칙은 확고하게 하되 방법면에서는 신축성을 갖는다」는 강온양면전략이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지난번 북미회담에서 양측이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였던 핵심사안중에서도 특별사찰실시와 한국형경수로관철은 양보가 불가능한 「목표와 원칙」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또 특별사찰의 실시시기에 대해서도 대북경수로지원이 실질적으로 시작되기전에 이루어져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가 북한내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미국측이 회담에서 신축성을 보일 수 있는 사안으로 녕변 5㎿원자로의 연료봉재장전문제와 폐연료봉의 영구적 처리문제를 꼽고 있다.
정부는 우선 5㎿원자로에 연료봉을 재장전하는 것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한이 이 원자로를 주변지역 난방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체에너지 개념을 적용시킬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즉 5㎿원자로의 폐쇄에 따르는 전력손실을 석탄이나 벙커C유등으로 보전해줄 수도 있다는 것인데 북한이 희망할 경우 조기이행도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폐연료봉의 처리에 있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 「건식보관」의 방법을 일단 수용하되 특별사찰이 실시되고 경수로지원이 가시화하는 단계에서 「제3국으로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건식보관의 방법도 영구적인 보관이 불가능한 만큼 북한으로부터 건식보관기간이 끝나는 5∼6년후에 제3국으로 이전한다는 약속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제3국이전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 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같은 복안은 이미 한미양국의 협의를 마친 상태』라면서 『북한이 이러한 절충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번 북미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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