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준 관세율인하 목표 “계속압력”/힘동반 통상정책 가이드라인 보인셈 미국정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슈퍼 301조 지정관련 의회보고서 내용중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관심대상」으로 지목돼 있어 앞으로 한미간의 통상교섭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어느 나라의 무역행위에 대해서도 슈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 대상(PFC)」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일본에 대해서도 목재 및 종이에 대한 수입장벽을 「관심대상」보다 한단계 높은 「감시대상」으로 지정하는 선에서 그쳤다.
일본과 정면 무역충돌이 빚어질 경우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내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당장의 우려가 이날 보고서 내용을 전체적으로 약화시킨 배경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장벽이 유럽연합(EU)의 발전설비, 캐나다의 낙농 및 가금류, 인도의 섬유류 수입장벽과 함께 「관심대상」으로만 지적됨으로써 그동안 우려했던 미국의 보복이 뒤따를 수 있는 우선협상대상이나 감시대상에서 일단 벗어난 셈이 됐다.
워싱턴의 한국측 통상관계자들은 미국의 이날 발표내용에 대해 『전혀 우려할 만한 게 못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관심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현재 양국간에 교섭중인 사안에 대해 미정부가 문자 그대로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슈퍼 301조에 의한 보복절차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미국이 이번에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이나 감시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자동차시장 개방을 위해 한국이 취한 최근의 조치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공치사까지 곁들이고 있다. 요컨대 슈퍼 301조에 한 방 얻어 맞게 된 것은 아니니 크게 신경쓸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이날 발표를 곱씹어 보면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대해 계속적인 압력을 가하겠다는 경고적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관심대상들에 대해 「중요한 무역 협상 대상」이란 꼬리표를 달아 놓았다. 이는 해당분야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앞으로도 진행형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못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정부는 지난 6월 관세율 2%인하등을 골자로 한 자동차 수입장벽 해소방안을 미국측에 제시했다.
이는 한국 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성토가 뒤따를 정도의 많은 양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의 양보안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번 관심대상 지목을 통해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자동차 수입관세율을 국제수준으로 낮추고 배기량기준에 따른 특소세 적용을 폐지할 때까지 개방압력을 계속하겠다고 거듭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에 들렀던 한승주외무장관이나 김철수상공장관은 한결같이 『슈퍼 301조는 일본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우리가 당할 위험은 없다』며 낙관론을 폈으나 미국은 여전히 슈퍼 301조를 배수진으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상륙을 위한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무역행위 중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골라 관심대상으로 계속 지켜보겠다는 자체는 바로 힘을 동반한 미통상정책의 가이드라인을 공개리에 선보이는 것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인식개선을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해주길 바라는 것만 보더라도 이미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향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한국의 통상외교팀이 슈퍼 301조에 정통으로 맞았느니 안맞았느니 식의 소모적 논쟁에 집착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어리석은 짓이란 지적이 많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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