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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시작한 북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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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시작한 북한(사설)

입력
199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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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간의 3단계2차회의가 교착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억지때문이다. 북한은 1차회의에서 핵안정협정의 의무 이행에 동의했으면서도 과거핵규명을 위한 특별사찰을 여전히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5㎿원전에 연료봉장착을 내비치고 원전건설중단의 보상비로 현금 20억달러를 요구한 것이다. 이와관련, 한승주외무장관이 경수로원전 지원전의 특별사찰은 마지노선이라고 못박은데 이어 또 유엔연설에서 핵투명성을 보장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표명한 것은 양보불가확인과 함께 북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주 제네바에서 북미2차회의가 결렬된 이유중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경수로지원의 핵심인 녕변의 2개 미신고 핵폐기물저장소에 대한 특별사찰의 시기문제였다.

 미국은 경수로원전의 착공시점전까지 특별사찰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원전이 완공된 후에나 고려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북한주장대로라면 10년뒤에나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2차회의는 사실 지난8월12일 1차회의에서 합의한 4개항의 실천사항, 그것도 전문가회의에서 한차례 조정된 실천사항을 협의 결정하는 자리였지만 북한은 뜻밖에도 합의자체를 뒤흔드는 억지주장을 편 것이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일성의 생전부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열망하던 북한이 하루가 급한때에 이처럼 강경자세로 급변한 배경은 아리송하다. 즉 더 버티기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미국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며 이를 곧 권력을 승계할 김정일의 지도력 과시의 방편으로 이용하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와함께 당·군·정간, 그리고 강온지도층간의 갈등도 생각할 수 있다.

 요즘 북한의 태도는 참으로 심상치 않다. 절대권력자였던 김일성이 사망한지 3개월이 되도록 후계를 미루고 유력한 권력승계자인 김정일은 장례식과 추도식이후 일체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게다가 극심한 경제난·에너지난속에 최소한 6백만톤의 양곡이 필요함에도 올 양곡수확량이 크게 부족한 4백50여만톤으로 예상되고 콜레라까지 창궐하고 있는데도 전례없이 지도부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남한과는 당분간 어떤 대화도 않겠다면서도 국내 대기업들에 나진·선봉자유특구에 대한 투자호소를 하고 있어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민간기업을 분리해서 거래하려는 공작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외무장관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재확인한대로 「선특별사찰 후경수로지원」원칙이 확고해진 만큼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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