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독립성의 문제는 정부수립이래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간단없이 벌여온 반세기의 싸움이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주도권은 중앙은행인 자신들에 귀속돼야 한다고 도전해 왔으나 재무부는 양도할 수 없는 고유권한이라고 일축해왔다. 이번 국회재무위의 국정감사에서도 한은과 재무부의 한은독립성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 개진은 전통적인 포진에서 한치의 양도도 보여 주지 않았다. 한은과 재무부 특히 재무부측의 입장은 화석처럼 경직돼있다.
과연 통화·신용정책을 재무부가 계속 장악해 가는것이 한국경제를 위해서 효율적인가. 지금쯤은 한번 이 문제에 대해 국민경제차원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려되는것은 한은, 재무부 양측의 주장이 너무나 뻔한것이고 경직된것이며 또한 싸움이 재무부의 승리로 끝날것이 너무나 확실한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지 한은독립성문제가 쟁점으로서 신선미와 관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통화·신용정책은 경제의 혈액인 금융을 좌우하는 정책이므로 경제정책수단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막중한 정책수단을 중앙은행과 재무부중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인 한은독립성의 문제는 결코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양당사자에게 맡겨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치권력들의 견해를 수렴, 대통령이 판정해야할 문제다.
국내외 금융및 경제환경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데 우리의 현행 통화·신용정책체제가 여전히 최선인가. 우리는 한은의 독립성보장문제를 지금 당장 매듭지어야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인 한은에 독립성을 부여해야하는것이 적어도 관행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타당하다면 그에 대한 준비작업이 단계적으로나마 있어야할것으로 생각한다. 김명호한은총재는 지난 29일 국정감사질의에서 『한은이 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통화가치및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면에서 중립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은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독립성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재형재무장관은 『통화관리기능은 헌법상 정부의 고유업무로 정해져있는 만큼 정부로부터 통화관리기능을 떼어내기 위해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은의 독립에 극명하게 반대했다. 역대 재무부장관들은 한은의 독립성문제만 나오면 알레르기성 반대의견을 표명해왔다. 홍재무도 이 전통의 충직한 계승자임을 보여줬다.
그런데 미국, 독일, 일본등 선진경제국들은 오래전부터 중앙은행이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독립성을 유지해왔다. 재무부도 한은독립성문제에 대해 전향적자세의 문을 열어야 할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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