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100일째 되는 「15일」이후 주목/권력 장악안돼 「결정권 공백상태」분석 김일성사후 북한측이 시사해온 애도기간 1백일이 10여일후로 끝남에 따라 그동안 지연돼온 북한 권력승계가 공식화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김일성이 지난7월8일 상오2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므로 오는 15일이면 사망 1백일을 맞는다. 이날까지 북한에서는 대대적으로 개건(복원)공사를 추진해온 단군릉의 완공식,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등의 행사가 예정돼 있고 1백일을 맞는 당일에도 추모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승계가 북한측의 주장대로 애도기간 때문에 지연돼 온 것이라면 이같은 행사들을 통해 추모절차를 마무리한 뒤 김정일을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에 추대하기 위한 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당대회·당중앙위전원회의·최고인민회의등을 개최, 권력승계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내에서 김정일의 「등극식」이 임박했다는 조짐은 일절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가주석 선출권을 가진 최고인민회의의 경우 최소한 2주일 이상을 앞두고 소집이 공고되는 것이 과거의 상례이나 현재로서는 공개된 움직임이 없다. 더욱이 김정일 본인이 지난7월20일 중앙추도대회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도기간 1백일설」은 사실 북한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시간표는 아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애도기간 1백일설은 북한측이 권력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사후에 고의적으로 내놓은 궁여지책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측은 얼마든지 애도기간을 늘여서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백일 애도기간후 권력승계가 이루어진다는 북한측의 발언들은 지난 9·9절을 전후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김정일의 건강악화등 심상치 않은 내부사정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성필 소련주재 북한대사는 『애도기간이 3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엇갈린 발언을 한 적도 있다.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한측이 경직된 협상태도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북한내에서 강경파가 득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우리측에서는 북한에서 강·온세력중 어느 한쪽이 결정권을 장악했다기보다는 김정일이 정책을 결정할 능력이 없는 가운데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책임의 공백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 당국자는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도 타협을 위한 양보를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8월, 그리고 이번의 북미회담 전략을 지시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이 아니라 당정치국회의등의 집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주외교부 부부장이 회담타결을 자신하던 8월 북미회담당시와는 달리 이번 제네바에서는 급격히 재량권이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더욱 이같은 의혹을 키워주고 있다.
결국 김정일이 국가주석 또는 당총비서로 등장하게 되더라도 그동안 승계절차가 지연돼 온 것은 애도기간등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송호경외교부 부부장을 중국에 특사로 파견하면서 친필로 서한을 전달, 권력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러시아도 파노프외무차관을 대북특사로 보내며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측도 자리가 탄탄하지 만은 않은 김정일을 도울 것인지, 또는 압박할 것인지 커다란 전략의 방향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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