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용땐 식량 등 확대/경색 정치관계 타개 의도도 대한적십자사가 3일 북한에 콜레라 방역의약품 지원을 제의한 것은 민족공동체의 재난구호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영훈한적총재가 방역의약품 지원을 제의한 직후 서상목보사부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적의 의약품 대북 제의가 남북간 군사·정치문제와 무관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적의 제의가 정부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나왔다는 점에서 김일성사후 북한핵문제로 남북대화가 경색국면에 빠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의약품 지원결정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한적은 이날 또 페스트가 동북아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북한지역에 만연하고 있는 콜레라 퇴치와 방역을 위해 남과 북이 공동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 북한이 의약품 제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약품의 절대부족으로 환자와 사망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항생제등 치료약과 소독약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적은 84년 9월 태풍으로 남한에 수재민이 발생했을때 북한적십자사측의 제의로 우리측이 쌀 5만섬, 시멘트 10만톤,옷감 50만, 붕대등 기초의약품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적이 있어 북한이 이번 의약품 제공을 수용할 경우 남북적십자사간의 인도적 교류할동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굳이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적십자교류를 추진함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적십자측의 제의가 1일 국군의날 김영삼대통령이 남북공동체 협력의 강조연설한 이후 나왔다는 점과, 통일원 보사부등과 조율을 거친후 나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지역의 콜레라가 악화될 경우 북한측이 전염병 방역이라는 차원에서 우리의 의약품 지원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의약품지원이 성사되면 이를 계기로 식량제공등 남북간 인도사업의 확대와 정부간 대화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강진순기자】
◎한적 대북공동방역제의 성명문
우리는 최근 인도등지에서 무서운 전염병인 페스트가 발생하여 연일 아까운 인명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적십자인으로서 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지역에서 콜레라가 확산되어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해 특히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페스트가 동북아 지역에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아울러 북한지역에서의 콜레라 퇴치와 방역을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북한적십자회측에 제의합니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할 준비가 다 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적십자인들은 진정으로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하여 우리민족이 무서운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빠른 시간내에 북한적십자회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1994년 10월 3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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