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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경제악화속 정치도 비틀/의회유혈사태 오늘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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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경제악화속 정치도 비틀/의회유혈사태 오늘로 1년

입력
199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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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세확장에 옐친 골머리/대선­총선시기 싸고도 긴장 러시아정국이 조기총선과 총선연기론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4일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탱크를 동원, 의회를 무력해산한 소위 「10월 유혈사태」 1주년을 맞는다.

 당시 1백40여명이 사망하는등 내전의 위기까지 몰렸던 이 사태가 수습되고 새로운 헌법을 통해 의회가 구성됐으나 이후 러시아정정은 경제상황의 악화속에 안정을 찾지 못한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옐친진영은 국가두마(의회)에서 원내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데다 올들어 정쟁을 중단하자는 옐친의 「정치화합선언서」에 각 정당과 사회단체등이 서명을 거부하는등 현재까지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두마의 사면결정에 따라 감옥에서 풀려난 알렉산드르 루츠코이전부통령등 반옐친세력들이 차츰 세를 결집해 정권퇴진운동과 조기총선을 주장하면서 정치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주가노프공산당당수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칼리닌그라드에서 비밀모임을 갖고 차기 대통령후보를 내정, 옐친을 퇴진시키기 위해 반정권세력이 공동연대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옐친을 「서방세력의 스파이」라고까지 비난하면서 구소련의 붕괴와 러시아경제의 파탄을 초래한 세력을 정권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마의 최대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극우민족세력인 자유민주당의 지리노프스키도 이들 세력들과 연대하지는 않고 있으나 조기총선에는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다.

 반옐친세력들은 그러나 지난해의 「무장봉기」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각 지방 조직을 강화하고 선거에 대비한 선전활동과 자파세력의 규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사정이 계속 악화될 경우 국민들이 반정부분위기로 돌아설 것이며 이 틈을 이용, 정권퇴진주장과 함께 조기총선의 명분을 내세우면 자신들의 입장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옐친진영은 물론 반대세력의 이같은 의도를 간파하고 있으나 체르노미르딘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팀들이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해 고민이다.그러다보니 옐친진영 역시 최근 심각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친옐친파는 예고르 가이다르의 러시아선택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세력과 과거 옐친의 예카테린부르크 공산당 제1서기 시절부터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온 「가신그룹」으로 대별된다. 이외에도 범옐친지지세력으로 샤흐라이부총리의 러시아통일화합당, 야블린스키의 야블로코블록, 포포프전모스크바시장의 「민주러시아」등이 있다.

 하지만 범옐친지지세력이나 러시아선택당은 최근들어 옐친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이들 세력들은 옐친의 개혁방식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옐친이 보다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가신그룹은 직·간접적으로 대선(96년 6월)과 두마선거(95년 12월)를 연기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옐친이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는 급진개혁파들보다는 중도보수세력들과 손을 잡는 것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공화국에 반기를 들고 있는 체첸자치공화국의 정치상황을 이용, 옐친이 칠레의 피노체트처럼 권위주의적 통치를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펴고있다. 이들의 주장은 구소련공산당의 노멘클라투라(특권계층)에서 현재 이름만 바꾼 고위관리등 기득권층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구소련이나 러시아 역사상 어떤 지도자도 자발적으로 정권을 내놓거나 이양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볼 때 옐친은 과연 첫번째로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가. 의회무력해산과 유혈사태를 초래하면서 옐친이 내세운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헌법과 이에 따른 정치일정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 정치평론가들의 지배적 견해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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