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국회국정감사는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는 반가운듯 느껴지는 변화도 있고 달갑지 못한 현상도 눈에 띈다.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의원들의 참여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감사장에 나오는 출석률도 좋아지고 참석 의원들의 발언율도 1백%에 가깝다.
특히 그동안 팔짱만 끼고 구경이나 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어왔던 소위 중진의원들까지도 팔을 걷어붙이는 이색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은 일단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의정의 진정한 질적개선이 아니라 양적팽창에 그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낳게하고 있다.
언론과 선거구민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도 나도 손을 드는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나도 남못지 않게 발언하고 추궁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렇다할 준비도 없이 형식적으로 나서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여당의원들은 피감사기간에 질문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는 보도다. 주객이 뒤바뀐,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의 질문과 추궁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편이 훨씬 낫다. 이러한 형식적인 양적 팽창은 오히려 의정활동의 방향을 왜곡시킬 따름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의원들의 발언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감사의 능률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의정활동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할말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있는 게 낫다.
속기록용으로 발언을 위한 발언이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유난히 심하다. 다음 총선과 공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의정활동보고용으로라도 구체적인 실적을 남겨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언론의 의정활동성적발표가 의원들의 과잉발언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의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박수만 보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박수는 커녕 경고장을 받아야 마땅할것 같다. 이런 의식구조로 국회가 굴러간다면 의정은 내실을 잃게 마련이다. 우리 국회의 수준을 의심받게 되는 창피한 현상이 더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국정감사는 오는 17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초반에 드러난 잘못을 고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남은기간보다 성숙된 모습의 국회상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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