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이후 국제사회의 흐름은 이번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의 풍경도 많이 바꿔놨다. 우선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아시아 5개국 카자흐 키르기스 타지크 투르크멘 우즈베크가 새로 참가했고, 개방정책에 따라 베트남이 16년만에, 캄보디아가 20년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의해 국가건립의 숙원을 이룬 팔레스타인도 선수1명과 임원4명을 파견했다.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이 대회의 성패를 가름한다. 그것은 인구와 자원, 개방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합한 중국의 실력이 이미 탈냉전후 아시아를 제패할 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것은 또 이 지역사회에 대한 중국의 의무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령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불참할 경우 그들에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면, 돈이 많고 지위가 높으면 처신이 어려워지는 것은 개인이나 한 나라나 마찬가지다.
대만 행정원 서립덕부원장의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관 허용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던 일본과 중국간의 외교분쟁은 중국의 양보로 일단락됐다. 서부원장의 참관을 일본이 허용하더라도 중국은 예정대로 대회에 선수단을 참가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대신 중국은 중·일 외교관계의 전제가 되는「하나의 중국」원칙을 일본이 위배한데 대한 항의표시로 당분간 중국정부 인사의 일본방문을 중지키로 함으로써 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교분쟁은 탈냉전후 아시아지역 질서의 본격적인 재편을 예고하는 하나의 전초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중국에 더 심각한 고민이 이 분쟁 속에 감춰져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만의 독립문제가 그것이다. 중국의 원칙은「하나의 중국」아래 대만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대만인의 대다수는「대륙진공」대신 독립후 영·미관계같은 동맹관계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90세가 넘은 중국의 절대적 지배자 등소평이 죽은후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될 때 대만의 독립선언은 티베트를 자극할 것이고, 각 민족의 독립운동은 소련이 해체될 때 처럼 걷잡을 수 없이 중국 전역으로 번져나갈 것이 뻔하다. 대만의 독립은 바로 중국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의 국제사회활동을 요즘 들어 더욱 기를 쓰고 견제하는 이유는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앞으로 더 격화될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에 대한 우리 외교의 방침은 무엇인지, 대비는 돼있는지 궁금하다.<편집부국장>편집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