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은 지난달 30일 추석을 전후해 부처별로 실시한 암행감찰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금품과 선물을 받은 1백42명을 현장에서 적발, 전원을 일벌백계차원에서 엄중문책한다는 내용이다.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이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일소가 최대 현안인 때라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적발건수과 액수에 상관없이 적발자 전원을 징계한다는 초강경조치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발표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내 실적위주의 단속임이 드러나 『단속도 좋지만 이래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총리실은 전체 적발건수만 밝혔을뿐 구체적인 적발내용을 밝히길 한사코 꺼렸다. 기자들의 채근끝에 내놓은 단속내용은 5만원미만의 선물을 받은게 대다수였다. 물론 관련업체로부터 떡값명목으로 50만원 또는 30만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5만원권 구두티켓1장, 3만원짜리 선물세트, 농협특산물과 지역단체에서 파출소 동사무소등에 보낸 과일1상자등이 단속내용의 주종이었다.
동네의 어머니방범위원회에서 파출소에 보낸 콩기름10세트(5만원상당)와 지역단체에서 보낸 배1상자가 있는가 하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준 9만5천원짜리 선물도 포함돼있다. 전자는 관내유관단체로부터 선물을 받은 대표적사례로, 후자는 공무원상호간의 금품수수케이스로 공개됐다.
물론 적발된 공무원들은 새정부의 사정의지를 충분히 헤아려 이 정도의 선물도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사안에까지 단속의 잣대를 들이대고 나아가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획일행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속의 취지는 뇌물성 선물을 없애겠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발내용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정감어린 선물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징계 사안치고는 미미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한 총리실의 해명은 『공직사회의 잘못을 뿌리뽑자는 여론에 호응하기 위해서』였다.
공직자 부패가 단속과 일벌백계만으로 막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던 터에 총리실의 이번 단속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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