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 아쉬워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90년 겨울이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공항직원들에 대한 인상때문인지 한국인 모두 다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 생활을 해보니 한국인들의 따뜻한 품성 이면에 약간의 조급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조급성에 대한 첫 경험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해 아직 멈추지 않았는데도 한국인 승객들 대부분이 허둥지둥 자신들의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난 뒤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는데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마다 그러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들 행동에 조급성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택시를 잡아탈 때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를 말하면 택시운전사는 고개만 끄덕인다. 미터요금기는 아예 꺾어놓은 채 「총알택시」의 속력으로 도로를 종횡무진한다. 「좀 천천히 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안돼 꼼짝없이 몇십분간을 가슴조인 채 앉아있어야 한다. 나중에 멈출 때쯤 되면 등에 식은땀이 좍 흘러내리는 경우도 있다. 요금도 생각외로 많이 나온다.
그래도 이건 나은 편이다. 어떤 경우에는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부분의 운전사들이 러시아워때면 외국인들의 승차를 거부한다. 92년 겨울엔 교회성가때문에 여의도광장에 들렀다가 차를 잡지 못해 찬 바람을 맞으며 서너시간을 서 있던 적도 있다. 여러대의 택시가 지나갔지만 그들은 외국인 대신 한국인들을 먼저 태우고 휙 가버렸다. 다행히 한국인 기독교인들이 딱한 내 모습을 보고 태워줘 독감은 피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림동에서 신도림으로 가는 지하철이었는데 자리가 제법 있었다. 서너명은 더 앉을 수 있는 자리였건만 몇몇 사람들이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앉거나 해서 그냥 서있어야 했다. 몇 사람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가 처음 이곳에서 은행을 찾았을 때 일이다. 은행에서는 영어가 통용되리라 지레 생각하고, 창구에 있는 은행여직원에게 영어로 말을 건넸다. 『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도 됩니까』그러자 여직원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나를 힐끗 보더니 입을 가리며 마구 웃는 것이었다. 아마도 갑자기 외국인이 나타나 영어를 말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겠지만 난 그 당시 정말 난처하고 기분이 좋지않았다. 오죽하면 혹시 엉뚱한 곳에서 계좌개설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내가 주위를 살펴봐야 했겠는가.
이젠 한국인들도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과 조급한 성격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할 때가 되지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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