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스크바근교인 오딘초보에 위치한 전략핵미사일 통제사령부의 동력이 일시적으로 끊어지는 사건이 발생, 러시아군관계자를 비롯한 고위정치지도자들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사건보고를 받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러시아총리는 러시아안보 사상 초유의 사태에 격노,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계자를 문책할 것을 지시했다.
이 사건은 이 사령부에 전력을 공급해온 모스크바 국영에너지회사인 모스에네르고사의 한 직원이 전기값 체불을 이유로 동력을 차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후 며칠이 지나지않아 이번에는 러시아북해함대의 주요 기지이자 핵잠수함과 미사일을 생산하는 세베로드빈스크시의 산업용 전력이 모두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정부가 약 7백억루블(2백40억원)의 비용을 연체해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가 더 이상 연료를 구매할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시아의 주요 기간산업을 비롯해 각종 군사시설과 중요시설들은 예산부족과 정부의 자금지원중단, 부채급증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있다.
정부로서는 충분한 예산을 편성, 기간산업에 재정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인플레유발을 우려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긴축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대규모 국영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대량 실업사태까지 발생할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권의 반대세력들은 국민들의 불만에 편성, 「정치의 계절」이자 「혁명의 달」인 10월에 대대적인 반옐친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는 4일 「10월 유혈사태」 1주년을 앞두고 루츠코이전부통령과 주가노프공산당당수등은 옐친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주장하며 시위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옐친정부도 이에 맞서 대선연기론을 띄우는가 하면 옐친 자신은 러시아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유엔연설을 하고 빌 클린턴미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등 화려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옐친의 방미에는 측근의 주요인사들이 수행에서 제외돼 크렘린궁이 또다시 분열되고 있다는 소문이 크게 나돌고 있다. 소문의 진상은 옐친의 공보비서인 비야체슬라프 코스티코프를 비롯해 국제관계 보좌관 류리코프, 경제보좌관 리브쉬츠, 정치보좌관 사탈로프, 안보보좌관 바투린, 연설문작성보좌관 피호야등이 빅토르 일류신비서실차장에 의해 수행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것.
유력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더 나아가 크렘린궁 참모진들간의 권력다툼으로 이번 사건을 취급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참모진들은 향후정권 재창출의 방안을 놓고 극렬한 노선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방미에 빠진 코스티코프보좌관등은 옐친의 재선을 위해 민주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류신등은 중도보수세력과 연합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또 코스티코프등은 옐친의 잘못을 직언하고 있으나 일류신등은 듣기좋은 말만 하고 있어 옐친이 코스티코프등을 배척하는 분위기라고 크렘린내 동정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의 일부국민들도 「혁명의 계절」인 10월을 맞아 차기대선문제를 놓고 옐친대통령이 어떤 노선을 취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할 것인지 걱정이 태산같다. 이미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를 걸치고 거리에 나서기 시작한 모스크비치(모스크바시민)들은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기상대예보에 더욱 스산함을 느끼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