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유니폼·비품까지 선명경쟁/화려한 색채·디자인 등 파격적/“한번만봐도 고객들 기억에 쏙”
요즘 서울의 밤거리를 지나다보면 은행점포의 간판 불빛이 유난히도 밝음을 느낄 수 있다. 몇년전만 해도 조명간판이라면 대기업 전광판이나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고작이었지만 이젠 어느 기업, 어느 업소 보다도 밝고 화려하고 선명한 은행간판을 언제 어디에서건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은행간판의 변화는 최근 금융권에 거세게 일고 있는 「이미지마케팅」물결의 한 단면이다. 품질과 가격만으로 장사하던 시절은 지났다. 타업종이나 기업에선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지만 신조류의 무풍지대인 은행에도 이젠 이미지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눈에 띄는 은행, 확실한 색깔이 있는 은행, 그리고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은행이 되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스코트도 만들고 유니폼도 통일하고 간판과 실내장식·색채도 바꾸면서 고객의 뇌리 속에 깊이 새겨질 기업이미지통일화(CI:CORPORATE IDENTITY)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거액을 쏟아부어 은행간판의 색채와 디자인을 어두운 갈색에서 청사초롱을 응용한 3원색(빨강 파랑 노랑)으로 완전 교체했다. 『너무 경박하다』는 반대론도 있었지만 『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탈고정관념론이 은행내에선 지배적이었고 결국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미은행은 조만간 미국냄새가 풍기는 은행이름까지도 개명할 계획이다.
상업은행은 노란색과 회색의 띠가 둘러진 간판을 제작, 현재 점포의 60%정도를 교체했다. 유채색과 무채색이 잘 어우러진 미학적 배열이라는 평가다. 유니폼과 안내판은 물론 통장 메모지 인테리어 명함 비품에까지도 이 색깔로 인쇄, 색채만으로도 상업은행임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80년대초 당시로선 파격적인 녹색을 홍보색으로 사용했다.
유니폼 간판 소파에도 녹색이 들어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신한은행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녹색은행」이라고 답했다. 이미지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엄지손가락을 세운 주먹(제일) 까치(국민) 장미(외환) 카네이션(한일) 떠오르는 태양(조흥) 말타는 기사(동화)등도 은행을 압축적으로 상징한 성공적 심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이미지마케팅경쟁에 대해 『선명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고객의 눈은 끌었지만 마음까지 끌려면 아직 멀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사실 아직도 창구에선 몇십분씩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은행원의 불친절과 거만함을 감수하는 일이 다반사다. 은행은 여전히 고객에게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서민일수록 그 문턱은 높기만 하다.
한 금융관계자는 『CI는 원래 시각(VI:VISUAL IDENTITY) 행동(BI:BEHAVIOR IDENTITY) 마음(MI:MIND IDENTITY)이 삼위일체가 돼야 하나 아직 우리 은행들의 CI는 VI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겉만큼 속까지 선명해지고 이미지마케팅에 진짜 성공하려면 새롭게 마음먹고(MI) 새롭게 표정짓고(VI) 새롭게 행동하는(BI)는 진짜 CI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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