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부터 이틀간 계속된 국회재무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장―. 국감 단골메뉴인 「한은독립」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잊혀질만 하면 매년 한번씩 거론되고 이젠 너무 귀에 익은 의제다. 하지만 한은지배를 통해 통화정책을 장악하려는 정부를 늘 성토해오던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선 비난의 화살을 한은으로 돌렸다. 까닭인즉 한은이 당초 꽤나 「강경」한 독립방안을 담은 자료를 의원들에게 배포했으나 곧바로 회수, 강성내용은 쏙빠진 「온건」한 자료로 대체해버렸기 때문이다. 『너무 옛날 자료여서』라는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실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충정」때문이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한은의 심약함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는 당연했다.
그런데 질의가 계속될수록 이런 당사자(한은) 못지않게 의원들 태도도 아리송해졌다. 국감에서 한은독립의제를 꺼낸 것은 분명 의원들인데 정작 발언은 한은의 「몸사리기」에 대한 질타뿐 통화신용정책을 정부로부터 어떻게 분리시킬 것인지는 언급조차 없었다. 『통화정책의 안정을 위해 한은독립의 당위성을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이어진 발언은 한결같이 『당사자가 안나서는데 누가 독립을 시켜주나』는 식이었다.
사실 중앙은행독립의 전제조건인 한은법개정은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그토록 독립적 통화신용정책의 당위성을 인정한다면 힘없는 한은만 탓할게 아니라 입법주체인 의원들이 법을 뜯어고치면 될 일이다. 한은독립문제를 한은에 따진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독립을 바라지만 그럴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왜 독립하려 하지 않느냐』고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의원들은 한은독립을 그저 국감의 「맛」(질타와 폭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국민경제의 안정여부가 달려있는 중앙은행의 독립과제가 일년중 하루이틀 얘깃거리밖에는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도 국회도 외면하는 중앙은행독립, 말만 많지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