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파」등 흉악범들이 날뛰면서 방송의 역기능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KBS와 MBC가 앞으로 폭력물등 문제성 있는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하거나 조정하고 선정적인 보도 자제및 인간성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한 것은 방송의 역기능을 깊이 자성한 것으로 무엇보다 각방송의 위상정립과 올바른 역할 증대란 점에서 바람직한 일로 판단된다. 정보화시대에 방송이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은 날로 높아가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더구나 오늘의 우리 사회처럼 갖가지 병리현상이 경쟁을 하듯 나타나고 있는 때엔 더욱 그러한데, 이에 따른 방송의 역기능도 깊이 고려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공영방송인 KBS와 각 민영방송이 그 역할을 다해 왔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방송은 공영과 민영 구분없이 상업주의에 흘려 시청률 경쟁에 매달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이 바로 광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영과 민영방송이 갖는 특성과 프로그램이 주는 역기능은 생각하지 않고 흥미위주나 자극적인 저질 프로그램으로 서로 시청률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고 허둥거려 왔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가 최근 화면을 장식한 지존파등에 대한 보도자세다. 범인의 기자회견이나 현장검증 모습과 육성이 거르지 않고 그대로 안방에 전달되고 있는 실정으로 청소년등에게 주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범인들의 뻔뻔스러운 기자회견 모습이 그대로 방영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일 것이다.
KBS가 이번에 방송의 공영성 제고를 결의하면서 「당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역기능의 우려가 있는 국민정서, 모방 가능한 폭력물, 국민윤리와 관련된 프로그램 등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한 것은 이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지역민방과 CATV의 등장으로 다매체 다채널시대를 맞는다. 방송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매체간및 채널간의 시청률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정된 제작인력으로는 급격히 늘어날 프로그램의 양을 충당하기 어렵고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외국의 질낮은 프로그램이나 선정적인 보도가 화면을 차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방송도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걸맞게 변신과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특색없이 똑같은 선정적인 프로그램등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공영방송인 KBS는 국가의 기간방송으로서 10월부터 광고방송폐지를 계기로 공영성을 제고해 방송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민방은 공공성확보와 함께 채널 차별화로 그 특색을 살려야 한다. 그러할 때 방송은 명실공히 「안방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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