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수입물 한달 200편 쏟아져… 심의 무사통과/불법복제품 유통근절·등급제 도입 등 서둘러야 「폭력교실」 「위험한증거」 「단판승부」 「플레이보이 삼총사」 「방탕자들」 「다크 뱀파이어」 「태스크포스」 「크리미날 마인드」 「데들리 타켓」 「누드갤러리」등. 9월에 출시된 비디오들이다. 제목만 봐도 대강 폭력과 선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선전은『폭력과 살인에 맞서는 경찰』『현대인의 정신적 히스테리 분석』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줄거리 없이 잔인한 살인이 난무하고 강간과 섹스가 이어진다. 10월에 출시될 작품들 역시 「싸이코 닥터」 「데드파이터」 「킬링머신」 「보디샷」 「베일속의 살인」 「생사의 도박」등으로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용 만화영화도 마찬가지다.「드래곤볼」 「란마1/2」 「후레쉬맨」 「슬램덩크」등 폭력물이 주류를 이루고 인기도 높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들이 어린이용 비디오만 보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YMCA「건전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건비연)이 서울시내 국교생(1∼6학년) 9백10명을 대상으로 9월에 실시한 여름방학동안의 어린이 비디오 시청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여전히 폭력성이 강한 성인용 비디오물을 많이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취권2」 「스트리트 파이팅」과 지존파가 이름을 빌린 「지존무상1∼3」등 홍콩물과 미국서도 과도한 폭력으로 17세이하 시청이 규제되고 있는 R등급의「로보캅」 「데몰리션맨」과 「덩크슛」등 모두 고교생이상 관람가나 연소자불가인 작품들이 인기다.
한달동안 국내에 비디오로 소개되는 외국영상물은 만화영화를 포함, 평균 2백여편. 이중 80%가 소위 저질 폭력·에로물들이다. 지역별로는 미국(63%)과 홍콩(12%, 지난해 기준)이 가장 많다. 직배사들은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자사 제작물들을 마구 내놓고 국내 대기업산하 메이저들은 홍콩액션물에 매달리고있다. 미개봉 명작이나 감상하기 힘든 고전을 출시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비디오를 극장공간부족을 채워주는 문화채널로 인식하기보다『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다. 관련업계 추산에 의하면 5개 직배사(콜롬비아 워너 CIC 폭스 월트디즈니)의 지난해 매출액만도 2천1백60여억원. 국내비디오시장의 80%에 해당된다.
아무리 제작사들이 저질작품을 내려해도 수입추천과 심의로 이를 막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공연윤리 위원회의 심의가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작품이 버젓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심의체계에 큰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건비연의 이승정실장은『그동안의 심의는 소비자보다는 업계의 입장을 고려한 심의』라고 잘라 말한다.
따라서 제작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단편적인 장면이 아닌 작품의 질까지 고려한 등급제를 도입하는등 심의기준과 체계를 대폭 정비·강화하고 청계천에 가면 누구나 쉽게 구할수 있는 불법포르노 복제품의 유통을 근절해야만 건전한 영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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