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결렬 피하기 위한 “의외의 시나리오”/「상대 마지노선 분석」 전술적배경도 작용 29일 밤늦게까지 하루종일 수십명의 내외신 보도진들은 제네바주재 미국대표부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23일부터 하루도 쉬지않고 열린 북미 3단계고위급 2차회담이 이날로 끝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
상오10시 보좌관 한명만을 대동하고 회담장안에 들어갔던 강석주북한수석대표는 하오 12시30분 북한대표부로 돌아갔다. 그는 승용차를 가로막고 질문공세를 펴는 기자들에게 한마디 말도없이 사라졌다. 보도진들은 폐막과 관련한 짧은 성명이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10시간후 갈루치미수석대표의 기자회견때까지 보도진들은 어떤 측으로부터도 회담종결 여부에 대해 공식확인을 받을수 없었다. 양측은 한결같이 더 기다려달라는 말 뿐이었다. 회담이 끝난게 아니고 진전이 있어 계속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 시간 양측은 마지막 수석대표회담에서 합의한 회담휴회일정을 놓고 본국정부와 협의를 갖고 있었다. 본국훈령은 이날밤 떨어졌다.
회담의 잠정휴회, 또는 잠정중단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였지만 막판의 극적인 타결, 아니면 부분적인 타결의 가능성등을 완전 배제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의외의 회담휴회결정은 이번 2차회담이 완전결렬로 끝나는 것을 피하기위한 양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양측은 처음 3일간 실무자회담을 가진데 이어 이날까지 4일째 연달아 수석대표회담을 진행, 주요현안의 타결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미국대표단의 귀환을 하루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현격한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일요일 협상을 포함, 정확히 7일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득없이 그대로 물러서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울 느꼈을 것이라는게 현지에 파견된 외무부관계자의 회담휴회결정 배경설명이다. 회담이 일정 합의도 없이 끝날경우 3차회담 속개까지 적어도 2주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핵문제해결의 시급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상황을 볼때 어느쪽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이 나와 이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거나 아니면 뚜렷한 합의가능성이 보여 회담을 일단 휴회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대의 진의와 입장의 마지노선을 파악, 타결의 실마리를 마련해볼수 있을까를 생각할 전술적 기대의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1주일간의 회담에서 양측은 특별사찰, 경수로 선정, 5㎿원전의 가동중단, 폐연료봉처리등 모든 문제에서 한가지라도 의견접근을 이룬 부분이 없다. 여기에 북한은 흑연감속형 원전건설의 중단에 따른 물질적 보상을 추가로 요구했다. 경수로건설지원과 이에따라 북한이 취해야할 핵활동 동결의 연계시간표, 즉 시간적 전후문제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이 현저히 달랐다.
1치회담의 공동합의 성명이후 베를린과 평양의 전문가회담을 거친 1주일간의 본격협상에서도 전혀 진전의지를 찾지못한 양측이 다음달 5일 열릴 회담에서 과연 꽉막힌 핵문제를 타결지을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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