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저하 자조만… 노력없었다”/시대흐름 대처 제2개혁 다짐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국방부에는 유례없는 전군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국가안보상의 위기관리등을 위해서 열리던 이 회의가 이처럼 평시에 갑자기 소집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앞서 국방부내 육군회관에서는 육군지휘관 긴급회의도 개최됐다.
장교무장탈영이란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킨 군이 자기반성과 대책마련을 위해 비상조치를 한 것이다. 그런만큼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장교탈영은 물론 군내부의 문제점에 대한 솔직하고도 깊숙한 의견교환을 했다. 장교의 지휘력을 높이고 엄정한 지휘체계를 확립하며 내부 단결을 굳건히 하는 제2의 개혁을 다짐한 것이다.
지휘관회의는 모든 간부의 무관심과 기회주의, 무사안일주의가 군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군의 지휘관들이 정확한 부대진단, 엄격하고 공정한 법집행, 지휘통솔교육 강화, 군기강과 관련된 제도와 법규의 전면 재검토등을 통해 군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최근의 충격적인 살인사건등의 사회실상에 대해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서 이같은 유형의 문제가 군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태도를 보여 왔다고 반성했다. 하극상, 명령불복종등도 시대흐름으로 해석해 버리고 외면하는 자세가 탈영사건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군은 또 하급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간부 스스로가 군기를 확립하려는 풍토를 조성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장교교육을 재검토하여 초급장교들이 실무부대에 조기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회의는 『위기가 곧 발전의 기회』라는 말로 위안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이날 회의 분위기는 무겁고 침통했다. 군이 단순한 「무장집단」으로 떨어져 버린 데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다. 군대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사용하는 독점적 지위를 국민으로 부터 받았다. 그 신뢰를 지키는 최일선 주체인 소대장이 총과 수류탄을 들고 부대를 뛰쳐 나가는 상황에 이르러 변명의 여지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번의 행사로 군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국민의 믿음을 끌어 올리가는 어려울 것이다. 사정과 숙군 이후 줄곧 군은 사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개혁을 주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해 과거 군사정권때의 굴절된 권위를 향수처럼 간직해 온 것이다.
김동진육군참모총장의 국회보고처럼 군내에는 보직·진급을 둘러싸고 여전히 육사·학군·3사의 장교 출신별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회가 남긴 파벌의 빈자리에는 또 다른 파벌이 차고 들어앉았다는 내부의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군은 이런 부정적 현상을 없애려는 능동적 노력보다 막연히 사기가 떨어졌다는 자조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장교무장탈영사건도 이같은 군내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터진 것이다.
주요지휘관회의가 군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 그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수뇌부의 다짐대로 자랑스런 국군이 될지는 앞으로의 군 개혁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진행될것인가에 달려있다. 위기가 또 다시 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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