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무의 주종이 바뀐것같다. 은행이 근년 특히 올해들어 본업인 예대업무보다 오히려 증권투자에 열을 더 올리고 있는 것이다. 『꿩잡는 것이 매』아니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은행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등 일반상업은행은 우선 영업실적이 좋아야한다. 특수한 업종이기는 하나 기업으로서 경쟁에 이겨야한다. 적어도 생존은 해야한다.
더욱이 정부는 금융의 자율화, 국제화의 폭이 커짐에따라 은행도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적용받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도 경영부실로 도산하게되면 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오는 96년에는 금융시장의 자율화가 거의 선진국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수익개선에 최우선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주식투자에 역점을 두는것도 그것이 예대업의 본업보다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는 있다. 은행이 왜 주식투자에 저돌적인가는 수지상황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94년도 상반기중 일반은행수지현황」에 의하면 14개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등 24개 일반은행이 올린 업무이익은 총2조3천3백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2.8%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가운데 주식매매이익이 8천7백87억원으로 37.5%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매매이익 그자체는 지난해 동기보다 2백74.1%나 급등했다.
일반은행가운데서도 상업, 조흥, 제일, 한일, 서울신탁, 외환등 6대 은행은 업무이익이 1조7천4백억원중 주식매매이익이 7천85억원으로 40.5%를 차지, 기여도가 더 높다. 은행의 수익이 증권투자의 결과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 됐다.
이에따라 은행들이 증시의 최대의 큰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소 늦은 자료이지만 증권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은행들의 보유주식은 지난 93년말 현재 6억1천3백24만주로 증시전체물량중 10.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비중은 증권사(4.7%)나 투자신탁(6.2%)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주식매매수익으로 볼때 올해 은행의 투자비중이 커졌으면 커졌지 감축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 기관투자자(은행, 증권사, 투자신탁, 연금등)의 주식보유가 지난해말 전체의 30.6%에 불과, 미국(48.6%) 일본(45.7%) 영국(63%)등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할지 모르나 이들 나라들은 은행이 제일 큰손이 아니다. 은행은 역시 주식매매를 주업으로 할 수는 없다.
은행의 주식거래에의 편향은 은행의 생명인 경영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다. 우리는 89년 12·12조치로 3대 투자신탁이 도산일보직전까지 간 것을 봤다. 증시는 기복이 있기마련이다. 증시가 다시 침체하는 경우 은행들이 지금처럼 계속 주식투자를 선호한다면 제2의 투신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은행들이 증시의 담보가 될 수 없다. 증시가 붕락, 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이상의 결손이 난다면 금융공황도 예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늦기전에 은행의 주식투자편중은 시정돼야 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