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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팔걷어 붙여야(소외계층을 잊고 있다: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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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팔걷어 붙여야(소외계층을 잊고 있다:5·끝)

입력
199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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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봉사자」만으론 역부족/공동체의식 배양이 관건… 취업기회 제공도 시급 서울S여대 홍모교수(50·여)는 10여년전부터 서울관악구 봉천동의 세칭 달동네에 전셋집을 얻어 살고 있다. 동네아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이 집은 끼니때면 식당이 된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제대로 학습진도를 못따라가는 아이들을 위해 틈틈이 학교시간을 쪼개 공부도 가르치고 있다. 주변의 열악한 환경때문에 자칫 비뚤어지기 쉬운 어린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다. 힘겹게 맞벌이를 해 살아가고 있는 달동네의 부모들은 제대로 자녀를 돌볼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뜻있는 어머니들이 자원봉사를 맡아 돕고 있고 기부금도 조금씩 들어오지만 돌볼 아이들이 점점 많아져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경기 군포의 한 여성(35)도 문제청소년들을 바르게 교화하는 일을 10년째 계속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거치는 감별소에서 소개받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고 있다. 너무 많으면 도리어 부작용이 많아 지금은 5명 정도만을 데리고 있다. 이 여성은 소외가 곧 문제아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신학교를 마친 직후부터 이 일을 계속해왔다. 교회등에서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으나 재정적으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들처럼 소외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함께 사는 사회」의 주인공들이 때때로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한다. 소외계층을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이만큼이나마 지켜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최근 서울대 이순형교수(소비자아동학과)가 청소년 1천1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8%가 우리 사회를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적으로 체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같은 사회적 불평등인식은 적절한 교육적 관심과 정책의 뒷받침이 없을 경우 현실적인 소외로 발전하게 되며 소외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집단적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효과적인 범죄예방책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유명한 미국의 시카고 프로젝트(CAP)는 현대범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사회의 해체현상을 들고 핵심 대책으로 우범청소년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공동체의식 배양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결손가정출신이나 학교중퇴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을 위해 적극적 고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게 효과적인 범죄예방책이라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제도나 지역별 복지센터등을 통해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보살피는 것은 이들을 제도적 관심권으로 끌어들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국규모의 단체까지 결성돼 한번 실수로 전과자가 된 사람들을 교화하고 사회복귀를 돕는 「밝은 사회를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작게는 범죄와 범죄피해를 줄이는 사회방어책이며 크게는 살기 좋고 건전한 사회를 이루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외계층과 일반인들 모두의 공동체의식을 높여가야 하지만 이 일은 지금처럼 의식있는 개인들의 자발적 노력과 희생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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