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서 드라마까지 섬뜩한 장면 여과없이 방영/자율규제 활성화·미약한 제재규정도 강화해야 최근의 반인륜적 범죄의 대부분이 폭력등 그릇된 가치관을 전달하는 영상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정책차원에서 이를 방지하겠다고 나섰다. 29일 정부가 마련한 「폭력·음란 영상물 근절 종합대책」발표를 계기로 폭력·선정성 영상매체의 실상과 대책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우리 방송국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패륜사건에 대해 선정적 보도태도를 자제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28일 KBS 「뉴스9」의 이윤성앵커는 악성범죄의 보도에 있어 냉정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앵커의 한마디는 그동안 방송보도가 시의성과 현장성이 탁월하다는 생각과 전파의 영향력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경쟁의식 때문에 화면과 기사를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국민들에게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송인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패륜범죄에 대해 각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화끈한」 화면을 내보내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도끼로 사람(비록 마네킹이었지만)의 몸을 절단하는 범죄재연장면과 목조르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줬고 범인의 태연자약하고 소름끼치는 육성증언을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노출했다. 범죄가 얼마나 나쁜 것인가를 국민들에게 알리기보다 마치 「우리방송사의 보도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모습이었다.
방송의 폭력·선정성은 보도 뿐 아니라 일반프로그램에서 더욱 농도가 짙다. 경찰현장프로그램인 KBS의「사건25시」 MBC의 「경찰청사람들」은 이러한 폭력·선정성으로 시청률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다. 난투극은 예사고 회칼과 둔기가 난무하는 모습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프로는 4월부터 7월까지 방송위원회로부터 폭력성과 선정성에 관련해 31회의 경고와 주의를 받았다.
불륜으로 점철된 아침드라마는 물론이고 저녁시간 온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에서도 불륜과 선정성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제비족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는 역기능이 지적된 MBC 「서울의 달」은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이 튼튼해야 한다』는 식의 대사와 차뒷좌석에서 남녀가 서로 몸을 더듬는 장면이, 「야망」에서 는 인수가 낫으로 자신의 손을 찔러 자해하는 장면등이 여과없이 방송됐다.
전파사용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방송사에 대해 강력한 규제논의가 어느 때보다 높게 일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방송내용의 제도적인 감시·규제로는 방송사 자율심의기구와 방송위원회의 심의가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감시 및 제재를 위해 방송위의 심의제재강화방안과 방송사 재허가시 심의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제기되고 있다. 각방송사의 자율심의기구가 객관적 심의를 하고 제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굳이 별도의 규제장치는 필요없다. 그러나 시청률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자율규제가 한번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본 적이 없었다.
방송위의 심의는 현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권고 주의 경고 사과명령과 가장 강력할 경우 담당 연출자와 출연자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정제재가 고작이다. 그것도 모두 사후조치일 뿐 영화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전심의가 불가능하다. 법정제재일 경우에도 기껏해야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에 머무를 뿐 구조적인 시정조치에 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방송위원회는 지난 3월 발표한 공영방송발전방안보고서등을 통해 누적된 심의결과를 5년마다 이루어지는 방송사 재허가시 반영할 수 있는 관련입법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아직 정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권오현·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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