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화 추진 “계산된 발언”/제동필요성… 북핵 얽혀 “신중”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우리의 외무통일위에 상당)의 위원장 곤도 유타카(근등풍)의원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항공기 파견」을 공식 거론한데 대해 정부는 「현재로선 논의할 가치가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곤도의원은 28일 이홍구통일부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현재 일본 의회에서 진행중인 자위대법개정과 관련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반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인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비행기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통일원측은 전하고 있다. 곤도의원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민간항공기는 물론 자위대에 소속된 항공기를 한국에 파견, 자국민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즉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를 빌미로 한국에 자위대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파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싶어한다는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곤도의원이 교묘하게도 민간용이면서도 자위대에 속해 있는 일본 국왕 및 총리 전용기로 보잉 747기를 예로 든 것은 일본이 이를 돌파구로 삼아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려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곤도의원의 발언에 비중을 두지 않으면서도 이 발언이 최근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과 이에 따른 자위대 해외파병의 합법화시도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지난 92년 6월 제정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에 따라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열어놓았으나 유엔평화유지군(PKF)을 중심으로 한 군사목적의 활동에는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법이 제정된 후 일본은 캄보디아 모잠비크를 포함, 르완다 접경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곤도의원이 돌연 「자위대 항공기 파견 가능성」을 운운한 것은 일관된 목적 아래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정부는 일본이 지금은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난민구호, 선거감시등의 목적에 국한시키고 있지만 정전감시나 무장해제등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해 가면서 결국 통상적인 평화유지군(PKF)의 역할까지 맡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일본이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은 일본 자위대가 전투목적으로 해외에 파병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이번에 곤도의원의 발언에 대해 면담에 응했던 이통일부총리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때 자위대 항공기의 한국파견문제는 논의할 시기가 아님은 물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통일원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통일부총리의 이같은 대응은 기존의 한일관계를 고려하면서도 곤도의원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통일원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와 함께 한반도에 있지도 않은 위기상황을 거론하면서 합법적인 자위대 파견의 구실을 만들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자위대로 상징되는 일본의 군사력이 동북아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군사적 복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군사력에 대한 동북아지역 국가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이 일본의 국제공헌도를 내세워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은 정부의 대응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정부는 북핵문제등에서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기타 여러가지 현안에서 기존의 한일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의 공식적인 요청이나 태도표명이 있기 전에는 이쪽에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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