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냉전시대에는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스포츠 행사가 국제정치분쟁과 이념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무척 시달려야 했다. 72년 뮌헨올림픽의 선수촌 피습과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등 3대회 연속 집단 보이콧소동이 대표적인 예이지만 국제대회가 툭하면 불참사태로 얼룩지곤 했다. ◆냉전시대가 종식된지도 수년이나 되는데도 개막을 이틀 앞둔 제12회 히로시마(광도) 아시아경기대회가 국제정치의 난기류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만정부요인의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참관문제를 놓고 중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북경―도쿄―대북간에 난기류가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대회주관기구인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주최국인 일본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대만측의 로비를 받아들여 이등휘총통에게 개회식 초청장을 발송한데서 비롯되었다. 이총통의 개회식 참석이 알려지자 중국은 대회불참을 위협했고, 이에 놀란 일본정부가 개입하여 이총통의 초청을 취소하고, 서립덕대만올림픽위원회위원장을 개회식에 참석토록 했다. ◆이총통의 개회식참석을 저지하면 중국이 양해하리라는 것이 일본측의 계산이었으나 서립덕위원장이 대만정부 행정원부원장을 겸하고 있으므로 정부 요인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이철영국무위원의 대회참관계획을 취소하는 등 강경자세를 누그러 뜨리지 않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시아경기대회에 국가올림픽위원장이 참석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는 것이 대만의 주장이고, 주최국의 체면상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앞뒤 형편도 가리지 않고 초청장을 남발한 OCA의 경솔이 공연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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