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들 큰 타격/부실공사 대형사고도 우려/대부분 규격미달 부식도 심해 저질 철강재등 품질규격에 미달되는 불량 건자재가 대량으로 덤핑수입되고 있어 국내 생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유통시장 교란과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사고 위험성등 갖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29일 관계당국과 관련업계에 의하면 철근의 경우 올 1∼7월중 20만5천톤이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15만8천톤)에 비해 30%가량 늘었고 지하철공사나 대형건물공사에서 주로 쓰이는 H형강은 전년동기대비 3백%이상 수입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의 경우 국내소비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입철근이 올들어 국내사용량의 20%대에 이르고 있고 수입H형강은 30%를 웃돌고 있다.
이들 철강재는 합리적인 수급전망없이 마구잡이로 수입되고 있는데다 올들어 건설경기마저 크게 위축되는 바람에 덤핑가격으로 팔리는등 유통시장을 크게 교란시키고 있다. 철강협회에 의하면 지난 상반기 철근수입물량의 25%를 웃도는 5만여톤이 인천항이나 수입업체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고 이로 인해 수입철근의 경우 국산보다 2만∼3만원가량 싼 톤당 28만원대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90년대 들어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하는등 품질고급화에 주력해온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제철 채경석전무는『대부분이 저질·불량인 수입철강재는 값이 싸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아직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덤핑수입이 계속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은 기술개발은 고사하고 수지를 맞추기에도 힘든 상황이 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수입철강재는 대부분 구사회주의권등 후진국 제품이어서 품질이 조악한데다 항해일수가 길고 장기간 야적되는 바람에 부식등 품질변형까지 생겨 수입철강재를 사용한 공사의 경우 대형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철강재는 시멘트나 모래등과는 달리 건축물의 골조로 쓰이기 때문에 불량 철강재의 사용은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고층건물에 쓰이는 고장력 철근의 경우 인장강도가 미국공업표준규격(ASTM)상 60등급이 돼야 하나 터키산이나 중국산 러시아산등 상당수의 수입철근이 이에 못미치고 있고 철근 직경 역시 규격미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량·저질철근이 아파트등 고층건물과 다리에 사용될 경우 신축성 부족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거나 파손 붕괴등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대부분 러시아산이거나 폴란드산인 H형강의 경우 형상과 치수등이 국내규격과 달라 용도변경에 따른 공사부실화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 수입 H형강은 KS규격은 물론 공신력있는 국제 품질규격을 획득하지 못해 제품 신뢰도에 커다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수입철강재는 인천항등에 3∼4개월씩 야적되는 바람에 부식상태가 심한 것들이 많은데 부식 철강재는 시멘트와의 접착력이 떨어지는등 공사부실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수입철강재에 대한 관계당국의 품질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품질실태에 대한 조사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하면 수입업자는 정부공인 기관에서 수입품의 품질관리 시험을 받도록 돼 있으나 대표적 검사기관인 국립건설시험소 관계자는『올들어 수입업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수입철강재에 대한 품질시험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부는 올들어 건자재의 품질하자로 인한 공사부실에 대해서도 점검하기로 했으나 건설부 점검이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부실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수입철강재의 품질하자에 대한 점검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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