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뒷거래 공공연한 비밀/숫자 바꾸어도 추적 “불가능” 차량 번호판 변조·위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가짜 번호판 차량을 이용한 범행이 빈발하는 가운데 부녀자 연쇄 납치살인사건 범인 온보현(37)이 훔친 택시의 번호판을 변조, 범행한 것으로 밝혀지자 번호판 관리제도 강화와 변조가 불가능한 번호판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동차등록사업소와 동대문구 장안동 중고차매매센터 주변에서는 위조나 변조된 번호판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택시용이 50만∼60만원, 승용차용이 30만∼40만원씩이다. 브로커들을 통해 은밀히 거래되는 가짜번호판들은 대부분 폐차장에서 폐기돼야 할 것들과 도난 차량 번호판을 변조한 것이 주류다.
차량번호판은 폐차할 때 반드시 폐기처분토록 돼 있으나 분실신고만 하면 재발급이 된다. 또 폐차장 책임하에 폐기되므로 뒷거래를 통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갈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더 큰 문제는 누구나 쉽게 번호판을 변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녀자 연쇄 납치살인사건 범인 온은 훔친 택시의 번호판 숫자를 바꾸는데 불과 2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특별한 기술 없이도 망치와 시너 페인트정도만 있으면 쉽게 변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온은 범행후 번호판을 다시 변조, 경찰의 추적을 봉쇄했다.
그동안 가짜 번호판을 이용한 범죄는 꼬리를 물고 계속됐다. 서울청량리경찰서는 25일 훔친 택시에 위조한 번호판을 붙이고 영업을 해온 박헌교씨(46)를 구속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차량을 훔친 90년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단속에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초 조직폭력배 오일씨(24)살해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강남경찰서도 목격자가 밝힌 용의자의 차량번호를 추적하다 변조된 번호판으로 드러나자 차적수사를 포기했다.
89년에는 훔친차의 번호판을 바꿔 달아가며 30여차례 강도행위를 한 일당 4명이 경찰에 검거됐었다. 이들은 10여개의 번호판을 갖고다니며 강도범행 직후 바로 번호판을 바꿔 붙이는 수법으로 경찰수사망을 피해왔었다.
정부는 90년 합승강도와 뺑소니등의 예방과 사고차량의 식별을 용이하게 할수 있도록 택시 뒷유리에 차량번호를 폭17㎝ 길이70㎝의 크기의 테이프로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택시업계가 인권침해와 안전운행지장등의 이유로 반발해 철회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녀자들이 택시타기를 꺼릴 정도로 불신이 만연하자 대다수 시민들은 미국처럼 승객의 택시 앞좌석 탑승제한조치같은 비상대책과 함께 자동차 번호판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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