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으로 불리는 페스트가 인도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발병, 더이상 우리에게 「강건너 불」일 수 없게 됐다. 보사부 외무부 교통부등 관련부처는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유입방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보사부는 전국 13개 검역소에 인도와 중국등 페스트발생지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검역활동을 강화하고 여행객의 명단을 확보, 거주지 관할 보건소를 통해 추적조사를 벌이도록 했다. 또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학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유사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각 신고토록 당부했다.
보사부는 30일 상오에는 전국 시·도검역소장회의와 전염병자문관회의를 열고 인도 봄베이등 오염지역 여행객에 대한 강제입원명령 발동을 신중히 검토키로 했다. 검역소측은 항공기 승객 및 승무원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각 항공사에 통보하고 페스트 오염지역에서 온 화물을 내릴때는 살충 및 살서(살서)소독을 반드시 하도록 당부했다.
한편 외무부는 인도서부지역의 여행을 삼가고 현지 교민들의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인도 대사관에 지시했다. 외무부는 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3백50여명을 위해 항생제 2만정을 파우치편으로 긴급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부는 한국관광협회와 일반여행업협회등을 통해 내국인들이 인도에 대한 불요불급한 여행을 삼가도록 했다. 교통부는 이와 함께 해운항만청과 서울지방항공청등 산하기관에 총력방역을 지시했다.
교통부는 또 10월3일부터 3주동안 현재 주1회 운항중인 대한항공의 서울―봄베이―카이로―마드리드정기노선에서 봄베이를 제외하는 대신 바레인에 착륙토록 했다.
국민들의 「페스트공포증」도 대단하다. 럭키금성 삼성 (주)대우등 인도에 주재원을 두고 있는 대기업은 가족철수를 서두르며 치료약을 현지로 보내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페스트가 발생한 지난달 15일 이후 중국을 다녀온 5천여명의 여행객들은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페스트를 의심하며 심한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사천성 성도에 5일간 출장을 다녀온 회사원 유모씨(28)는 『페스트발병소식을 듣고난뒤 식욕도 없고 미열이 나는 것같아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대학병원과 병의원에도 페스트의 증상과 치료법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인도와 중국으로 패키지여행을 주선하고 있는 서울시내 20여개 여행사는 투어를 취소하는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강진순·조희제·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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