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 이용·보관등 규제 허술… 의협지침이 고작 시험관아기 시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을 거둔지도 만9년이 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의하면 85년10월 우리나라에서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한 이후 국내에서 최소 5천명이상의 아기가 이 시술을 통해 태어났으며 현재 시험관아기 시술의원이나 병원도 70여군데나 된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결합·수정시킨 후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생식의학기술이다. 생명탄생의 과정을 정상적인 성결합이 아닌 인공적 개입에 의한다는 점에서 도입 초기부터 많은 윤리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미 외국에서는 체외수정법(스웨덴·88년제정) 수정란보호법(독일·90년) 공중위생법(프랑스·94년)등을 제정, 체외수정을 위해 채취되는 정자, 난자, 수정란의 이용·보관·처분등을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어느나라 못지않게 시험관아기시술이 활발한 우리나라는 관련 법규나 규제대책이 전혀 없다. 대한의학협회가 93년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에 관한 지침을 제정, 시술기관의 자율적 시행을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냉동보관되고 있는 정자나 수정란의 보존·폐기에 관련된 법규가 없고 체외수정 때 이용되는 수정란의 수도 아무 제한을 받고 있지 않아 마구잡이 시술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3개이상 난자를 체외수정하거나 3개이상의 수정란을 여성에게 이식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부 국내병원에서는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이 단지 「착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6∼7개가 넘는 수정란을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험관아기 중에 유난히 쌍둥이가 많은 것(약20%)도 이 때문이며 쌍둥이를 원하지 않는 산모를 위해 인공유산도 쉽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동정자나 냉동수정란의 관리도 극히 허술하다.프랑스는 공중위생법을 통해 냉동수정란을 5년이상 보관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아무 법조항도 없다. 일부 시험관아기 시술병원은 7∼8년이상된 냉동정자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대검 권태호부장검사는 『우리나라에도 시험관아기시술의 종합적인 보호와 규제에 관한 법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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