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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흉악범죄… 진단과 처방/차이용 범죄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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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흉악범죄… 진단과 처방/차이용 범죄엔 속수무책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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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날뛰어도 지역공조안돼/「수배차판독기」 없어 검문 “구멍”/범죄확대 막도록 「공개수사」 자신감 가져야 「나는 범죄」에 「기는 수사」

 범죄가 날로 흉포화, 기동화되는데 비해 경찰의 범죄 대처능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여 거의 보편화되다시피 한 차량이용 범죄에 대해서는 거의 속수무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량을 이용한 범죄는 기동성을 갖추고 있어 범행의 흔적과 목격자를 찾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를 찾기 어렵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범죄특성상 인근지역 경찰서간의 공조수사 체제 구축은 사건해결의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살인조직 지존파사건과 부녀자연쇄납치·살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 공조체제는 허점투성이다.

 사건 발생초기에 경찰이 즉각적인 연락과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범인들이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음이 두번의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여러 곳에서 발생할 경우 해당 경찰서끼리 범행수법과 우범자 및 연고지수사등 각종 수사정보를 교환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정보가 새나가지 않을까 보안에 더 신경쓰는게 경찰공조의 현주소다. 경찰자체적으로도 효율적 공조체제 확립을 위해 광역수사기구 설치와 같은 대책을 제시한지 오래지만 구두선으로 끝났을 뿐이다.

 범죄에 이용되기 십상인 도난차량의 수배체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경찰은 차량도난신고를 받으면 일선파출소에 전언통신을 보내 수배를 하고 있지만 이 「전통수배」는 대개의 경우 형식적으로 전통철에 기재해 두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 90년부터 올 8월말까지 도난된 차량은 모두 15만3천8백21대지만 이중 3만5천1백96대가 지금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올들어서 차량을 찾지 못한 미회수율은 44.2%로 90년이후 평균 미회수율 22·8%보다 크게 늘어났다. 도난당했다 회수되는 차량 대부분은 경찰의 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신고에 의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택시운전사에 의한 부녀자 연쇄납치 사건처럼 번호판을 변조할 경우 경찰의 도난차량 색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번호판 위조는 장안동 중고차매매시장 주변, 청계천등지의 공구상이나 강남구 삼성동 자동차등록사업소 주변에서 번호판위조브로커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경찰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검문소에서의 검문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범인검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전국에는 4백여개가 넘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지만 거의 검문을 하지 않거나 검문을 해도 얼굴식별 정도의 형식에 불과하다. 몇명의 경찰이 수백수천대의 차량을 육안으로 확인해 범인과 수배차량을 색출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검문체제는 눈뜬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선진국 경찰에서 사용돼 수배차량 검거에 획기적인 실적을 올린 차량번호 판독기가 서울 주요길목과 지방국도 주요검문소에 단 한대도 설치돼 있지 않은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 수사체제의 허점은 수사과정 공개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데서도 노출된다. 섣불리 수사상황을 공개할 경우 용의자에게 수사정보를 제공해 도주를 쉽게 해준다는 맹목적인 판단으로 인해 비공개원칙에만 매달려 종종 범죄를 확대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번 부녀자 연쇄납치 사건처럼 공개수배를 할 경우 자수와 신고등 의외로 사건을 쉽게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부터라도 경찰은 공개수사에 대한 인식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이충재기자】

◎정신의학적 진단/이호영/가정분열로 사랑결핍증/어머니 향한 증오 모든 여성에

 택시납치 살인범 온보현이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나 배경은 무엇일까. 가정이라는 통제체계의 부재가 온보현을 결국 살인마로까지 몰아갔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도를 보면 온의 가정은 부모의 이혼등 외형적 파괴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외도, 이로 인한 어머니의 자살등으로 내부적으로는 이미 분열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각 성장단계별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필수적이며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본능적으로 박탈감을 쌓아가게 된다. 이같은 박탈감은 어느 시점에서 자제할 수 없는 분노로 바뀌어 온과 같은 끔찍한 범죄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

 반복·지속적인 정신적 결핍상태는 결국 우울증의 뿌리가 되며 온은 중증 우울증의 상태에서 가출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머니의 자살은 만성우울증환자인 온에게 감정폭발의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온은 『아버지를 망신주려 범행을 생각하게 됐다』고 스스로 범행동기를 밝히고 있다.

 어머니에 대해서도 온은 사랑과 증오가 양립된 「양가감정」을 갖게된 것 같다. 여성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사실은 자신을 버리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리로 풀이된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모든 여성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온이 그 자신도 내내 죽음을 생각해 왔다는 사실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일 수 있다.

 온이 범행일지를 남긴 이유도 계속 죽음을 생각해오면서 「동반자」로 여성을 선택했고 「혼자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이들의 명단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로부터 지상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다시 받기 위해 재회한다」는 과대망상을 품고서 말이다.<아주대병원장 겸 정신과과장>

◎「위기상황」땐 이렇게/침착하게… 범인자극 삼가야/밤 택시탈땐 뒷자리에

 지존파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이어 부녀자들을 무차별로 납치·살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함에 따라 시민들, 특히 범죄에 약한 부녀자들은 이런 사건들이 언제 자신들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미지의 공포」에 떨고 있다.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만약 그런 일들이 내게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건의 경우에서 처럼 피해자들중 침착하게 행동한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범죄를 신고, 더 큰 사건을 예방했다는 「체험적 교훈」이 널리 알려진 것이 원인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흉악범죄를 당했을 때 「호랑이굴에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침착성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범인 온보현에 의해 지난 1일 납치돼 전북 김제군 금구면 한 야산의 구덩이에 던져졌던 권모씨(43·여)는 오직 『이젠 죽었구나』는 생각 뿐이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사력을 다해 묶은 끈을 끊고 탈출, 산을 뛰어 내려와 인근 모래채취장의 인부들에게 납치사실을 알린 뒤 까무러쳤다.

 침착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가급적 범인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것이다.

 극도로 흥분된 상태의 흉악범들은 사소한 자극에서 뜻밖의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범인 온은 『내려갈 때 존대말을 쓰던 허양이 상경하면서 반말을 하기 시작해 죽이게 됐다』고 말해 살인동기가 어처구니 없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범행동기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다.

 경찰은 온이 훔친 택시를 이용, 범행을 저질렀음을 강조하며 부녀자들은 가급적 밤늦게 혼자 택시에 탑승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밤늦게 택시에 탑승할 경우 앞자리를 피해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

 여성들은 대부분 합승에 대비해 앞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더 안전하고 범행을 유발하는 동기부여의 강도가 훨씬 낮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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