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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허탈속 「뾰족한 수」 고심/잇단사건을 보는 청와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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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허탈속 「뾰족한 수」 고심/잇단사건을 보는 청와대 표정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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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흉악범죄에 “사회병리” 진단·분석/“개각한다고 해결되겠나” 답답함 피력도 청와대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국민들을 경악케 하는 사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계속 꼬리를 물자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정부의 책임문제를 떠나 당혹감과 낭패감이 서려 있다.

 제2개혁사정을 몰고 온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에 이어 지존파 살인사건이 터지고 그 와중에 청와대 행정관이 사기혐의로 구속되자 청와대는 개혁성과를 물거품으로 돌릴지도 모를 정도로 사회와 국가기강이 풀어진 게 아닌가 보고 바짝 긴장했다. 그렇지만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할 틈도 없이 연이어 유례없는 육군장교 무장탈영사건과 부녀자 납치살인사건이 동시에 발생하자 다소 망연한 모습이기조차 하다.

 28일 상오 박관용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긴 2시간 가까이 최근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사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주돈식대변인이 이들 사건들을 「사회병리현상」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한대로 당장 대처방안으로 내놓을 뾰족한 결론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개탄만 하고 있을 계제는 아니라는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6공말기의 열악한 치안상태를 의식, 『여러분의 누이와 딸이 마음놓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부녀자 연쇄납치살인사건이 터진 것이다.

 장교탈영사건은 연이은 흉악범죄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정부의 개혁성과에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고 있는 김대통령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한 고위관계자는 『짐작하는 대로 일것』이라고만 대답했다. 야당은 이날 국정감사 첫날을 맞아 국민들을 불안과 충격속에 몰아 넣고 있는 사건들을 겨냥, 김대통령에게 사회불안요소 치유와 민심수습차원의 개각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몇사람 바꾸어서 될 일이면 왜 안하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이 야당의 정치공세를 봉쇄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본질적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각료 몇사람을 문책해서 될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에 정부가 치안부재현상등의 책임이 있느냐 여부를 떠나 사회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국민이 불안에 떤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수수방관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곤혹스런  입장을 토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사회가 병든 탓이라면 우리 모두가 병든 탓이고 따라서 치유도 모두가 해야지 어느 한쪽에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며 분위기수습용 문책이나 개각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책임을 사회전체로 떠넘긴다는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하면서도 모두가 자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을 『후기산업사회가 어쩔 수 없이 치르는 홍역』 『선진사회도 똑같이 치른 경험』식으로 진단하는 것이 맞는다해도 정부가 이런 말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어떻게든 사회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낼 책임이 있다는데 청와대의 답답함이 있는 것같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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