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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백여명이 범죄피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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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백여명이 범죄피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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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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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후 40만명「증발」… “실종왕국” 낙인/수사중인 사건 「개구리소년」 등 단 2건뿐 묻혀진 범죄피해자는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지존파의 납치·살인행각과 택시를 이용한 부녀자납치·살해사건은 다시한번 실종자들 가운데 묻혀진 범죄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인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가족 곁에서 증발해버린 수많은 실종자들은 경찰의 수사력 한계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인명을 희생당하거나 사실상 범죄의 늪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의 올해 국감답변자료를 보면 연간 가출신고는 평균 3만2천2백건. 90년 이후 경찰에 신고된 가출인은 모두 13만1천69명이나 된다. 경찰에 의하면 13만여명중 48.6%인 6만4천1백23명은 신고접수 후 5일 이내에 자진 귀가했다. 또 ▲경찰수배를 통한 귀가 9천8백11명 ▲귀가는 하지 않았으나 가족과 연락이 되는 경우가 3천7백42명 ▲보호시설에 수용된 무연고자 2천1백38명등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38.5%인 5만7백96명은 가족과의 연락이 두절된 채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가정불화등으로 인한 단순가출」로 형식적인 수배만 돼 있는 상태다.

 결국 이들을 제외한 4백59명만이 인신매매·유괴·납치·뺑소니사고등의 범죄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유괴되거나 납치돼 있는지는 솔직히 경찰도 알 수 없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에 행방불명 또는 가출자로 신고됐다가 끝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배되는 인원은 전국에서 하루 평균 1백∼1백20여명선이며 올 상반기에만 1만4천8백90명에 이르렀다. 80년 이후의 숫자를 다 합치면 무려 40만명을 넘는 사람들의 행적이 묘연하다. 이같은 「인간증발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 「뭔가 말 못할 사정」 때문에 자의에 의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연간 2%선인 5백∼6백여명은 범죄의 대상이 됐으리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엉성한 통계분석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경찰의 실종자처리가 내무부 예규인 「미아 및 가출인 수배요강」에 따라 신고일로부터 5일 동안 전국에 실종자 수배지시를 내리고 이 기간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미해결사건으로 처리, 사실상 서류철 속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이 명확하게 납치·유괴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제로 수사움직임이라도 보이고 있는 것은 91년 3월 실종된 대구의 「개구리소년」 5명과 92년 8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 패밀리아파트에서 실종된 지한별양(당시 12세) 사건 2건 뿐이다.

 그러나 지난 6월6일 밤11시50분께 강원 강릉시 교동 O주유소 앞 길에서 속초 C상고 신모양(18·속초시 청호동)이 40대 남자의 구형 엑셀승용차에 납치돼 사건발생 1백일이 넘도록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4월5일 강릉시 송정동 늘봄공원 앞 소나무 숲에서 30대 중반의 여자 것으로 보이는 목과 왼팔 토막이 발견됐지만 역시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91년 3월28일 경주 고적답사중 실종된 일본여자관광객 오마사 유미씨(당시 27세)는 실종된지 3년7개월이 넘고 있으나 현재까지 생사도 확인되지 않아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남아 있다. 경찰은 한때 불국사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전단을 뿌리는등 요란을 떨었으나 지금은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오마사 유미씨의 실종소식을 들은 일본기자들이 경주에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벌였고 일본인 부모는 『내 딸을 찾아달라』며 애원, 국제적으로 한국은 「실종왕국」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지존파에 살인실습용으로 납치돼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했던 최미자양(21)의 경우처럼 가족이 너무나 당혹스러워 아예 가출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종자신고와 수사에 대한 일제점검이 시급하다는 게 실종자가족들의 주장이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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