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 지능화·광역화… 신고기피도 한몫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0년10월 「범죄와의 전쟁」선포이후 검·경의 집중단속으로 줄어들었던 살인 강도 강간등 강력범죄가 최근 증가하면서
그 양상도 더욱 흉포화 지능화하고 있다. 지존파사건, 전직 택시운전사 온보현의 부녀자 연쇄납치 살인사건, 부모를 살해한뒤 화재로 위장했던 박한상군사건, 탁명환씨 피살사건, 조직폭력배들의 보복살인극등 눈만 뜨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묵살하거나 초동수사를 게을리하고 공조수사마저 기피하는 허술한 수사로 대응, 광란의 범죄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찰은 자수나 신고·제보가 없으면 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경찰청에 의하면 올들어8월까지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등 5대 범죄의 총 발생건수는 17만2천8백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만1천9백3건에 비해 0.5% 증가했다. 그러나 검거건수는 15만6천7백49건으로 지난해의 17만5백16건에 비해 8.1% 감소, 검거율 90.7%로 지난해보다 8.5%포인트 낮아졌다. 범죄와의 전쟁이후 5대 범죄의 범인 검거율은 91년 79.7%, 92년 86.1%, 93년 98.4%등 매년 높아지다가 올들어 처음으로 낮아진 것이다.
범죄유형별 발생건수는 살인 강간 절도사건이 각각 19.8%, 20.2%, 13% 줄었으나 강도와 폭력사건은 19%, 5.8% 증가했다. 이중 강도와 폭력사건은 올해 발생한 총강력범죄의 78.7%나 되는데다 살인사건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검거율도 지난해에 비해 살인사건은 5.7%, 폭력사건이 8.8% 낮아졌고 강도 강간 절도사건은 10.3∼19.8%나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범인검거율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1백%를 육박하는 것은 여죄추궁과정에서 전에 저지른 범죄나 신고되지 않은 범죄까지 밝혀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검·경이 89년이후 지난 6월까지 1만6백16명을 검거, 77.6%인 8천2백43명을 구속하는등 강한 단속의지를 보였던 조직폭력배 사건도 올들어 30여건이 발생했다. 현재 검·경은 전국의 조직폭력배를 3백64개파 1만1천1백17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거대 범죄조직의 구성원들이 속속 출감해 조직재건을 꾀하는데다 신흥조직이 야간 유흥업소등을 중심으로 세력확장을 기도하고 있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지방의 군소조직까지 연계되는 양상을 보여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제작한 「강력범죄의 동향과 대책」이라는 책자에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다수인명살상등 충동적 강력범죄와 불량만화 비디오등을 통한 모방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범행수법도 지능화해 지문등 증거자료를 남기지 않거나 자동차등을 이용한 범행과 도피로 범죄지가 광역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도시화와 인구집중화로 인해 전통적 도덕관념이 희박해지는데다 향락산업증가로 사회전반에 걸쳐 퇴폐풍조가 만연하고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마저 확산되는 사회풍토가 강력범죄발생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신고를 하더라도 신속한 출동과 범인검거를 기대할 수 없으며 범죄피해를 신고할 경우 보복당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신고를 기피하는 현상이 효율적인 검거활동에 장애가 되는데다 수사역량의 부족도 큰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1월 민생침해범죄소탕 추진협의회와 추진본부를 발족시켜 강력범죄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서별로 전담 검사를 지정, 24시간 상시 수사지휘체계를 갖추는 한편 분기별로 1회이상 추진협의회를 열어 가정파괴사범 조직폭력사범 인신매매사범 마약사범등 4대 범죄 단속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검찰은 ▲신흥폭력조직에 대한 기획수사를 강화하고 ▲민생침해사범들을 비연고지로 수용하고 가석방을 억제하는등 재범방지에 주력하며 ▲범죄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과 수사전문화등을 대책으로 마련했다.
경찰 역시 지난 5월부터를 조직폭력배 일제단속기간으로 설정, 전담 형사기동대를 운영하고 경찰서마다 강력반을 전담반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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