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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홍수시대/이형기(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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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홍수시대/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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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는 하지 않고 TV에만 매달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로보맘(ROBO MOM)이 싱가포르에서 개발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로보맘은 TV수상기에 연결시켜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TV시청시간을 제한하는 소형 전자장치다. 전체 시청시간의 조정은 물론 시간대별 요일별 프로그램별로 시청허용이나 제한이 가능해 자녀들의 방과후 생활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국일보 9월28일자 보도) 마리 윈은 20년째 TV안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여류작가다. 그는 저서 「TV를 끄자」에서 85년 뉴욕시의 한 국민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동안 TV안보기운동을 전개해 성공을 거둔 과정을 자세히 적고 있다. 그는 TV안보기운동의 요건으로 TV안보기 서약서에 서명한후 이 운동에 참여했음을 알리는 배지를 부착하고 매일 일기를 쓰게 하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기에는 TV를 박탈당한 어린이들이 처음엔 못견디어 하다가 차츰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적혀 있다. 그는 또 어린이들이 TV를 끄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책을 읽는다, 요리사나 정원사가 돼본다, 몸매를 가꾸거나 방안을 정리한다, 장래계획을 세워본다, 미술가나 작가가 돼 본다는 것등이다. 그의 TV안보기운동은 주간단위에서 월간단위로, 학급차원에서 학교단위·지역단위로, 그리고 반복해서 실시해 궁극적으로 TV보는 시간을 줄여 여가를 선용하자는데 있다. 

 마리 윈은 또 TV안보기운동이 성공한 어느 가정에서 일어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증진되고 가족간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집안 일을 더 돕게 되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부모나 자녀 모두의 독서시간이 많아졌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자녀의 TV시청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부모들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내년 3월이면 케이블TV가 방송을 개시한다. 이미 허가가 난 21개 채널외에 10월초에 허가할 추가분을 합하면 30개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등 4개지역의 민방이 시험전파를 발사하고 95년말에는 가용채널이 12개인 위성방송이 시작된다. 전파홍수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다채널 다매체시대의 방송은 필연적으로 시청률경쟁을 불러온다. 지나친 시청률경쟁은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공익성 공공성을 잃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숱하게 보아온 방송의 속성이다. 문화로서의 방송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방송이 되게 마련이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아 시청자운동의 활성화가 필요한 때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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