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충성심 중시하는 장교윤리 망각/시대변화따른 군교육 개선시급 27일 일어난 육군소위 2명과 하사 1명의 무장탈영 사건은 한국군 장교의 기본적 자질과 품성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육군의 조사과정에서 김특중소위(22·육사50기)와 조한섭소위(24·학군32기)는 장교를 존경하지 않고 하극상마저 저지르는 부대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탈영을 결행했다고 밝혔다. 무장탈영이란 충격적 방법으로 사회의 관심을 끌어 사병들의 무분별한 행위에 의해 무너져 가는 군기강을 바로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수단에는 문제가 있지만 목적은 군 발전을 위한 충정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은 탈영배경과 과정에서 장교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충동적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군내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최일선 주체인 소대장의 본분을 스스로 포기했으며 명예를 존중하는 장교윤리의 하나인 절제의 덕목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부대내 초소에서 동료 이모소위와 함께 『우리가 희생되더라도 기강을 바로잡자』며 탈영을 모의했다. 이에앞서 8월 23일 이소위가 소대원 병장에게 뺨을 맞은 것이 원인이 된 것이다. 이날 이소위는 신모병장이 이병을 때리는 것을 보고 『신병이 뭘 아느냐. 차라리 나를 때리라』고 나무랐으나 신병장은 그의 뺨을 갈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조소위는 해당 중대장인 김모대위가 하극상을 저지른 신병장을 군법회의에 넘기지 않고 얼차려 조치로 끝내는 것에 실망, 탈영을 결심했다. 이들은 이소위가 망설이자 최근 승용차를 산 황정희하사(23)를 끌어들였다.
이어 26일 황하사는 조소위로부터 초소 탄약고 열쇠를 받아 실탄 1백20발과 수류탄 6발을 훔쳤다. 조소위는 27일 새벽 내무반에서 천장을 향해 3발을 쏘며 사병들을 위협했다. 부대에서 30여 떨어진 울산 시내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온 김소위도 비슷한 시간, 중대장방에서 훔친 총으로 빈 내무반에 12발을 난사한 뒤 약속장소로 가 조소위, 황하사와 함께 달아난 것이다.
두 장교는 평소에도 부대 통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병들이 소대장에게 반말을 하거나 경례를 안하는 경우가 있어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조소위는 탈영때 중대장에게 남긴 편지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밤을 선배장교들이 고통속에 지냈다. 부대환경에 염증을 느낀 것이 사실이지만 고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내 장교들은 이른바 신세대 사병들의 행태가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있으며 이를 다스리는 지휘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군내 현실을 지적한다. 무규범적인 사회의 세태가 그대로 병영에도 반영되어 군의 질서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겨우 3개월여의 부대생활을 한 장교들이 통솔의 고통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풀려했으니 경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장교의 권위와 명령의 정당성만을 존중했을 뿐 그 권위와 명령의 자질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총을 훔치고 난사하며 부대를 뛰쳐나간 장교들이 평소에 어떤 자질을 나타냈는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육사등 장교교육기관의 전반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확실한 장교윤리강령이 개발되고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 신임장교들에게 그들의 책임과 행위를 윤리적 시각으로 사고할 필요성과 자신들의 지위에 적합한 미덕을 함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병들의 정신교육도 크게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손태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