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학교중퇴하면 사회도 “중퇴”(우리는 소외계층을 잊고있다: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학교중퇴하면 사회도 “중퇴”(우리는 소외계층을 잊고있다:3)

입력
1994.09.28 00:00
0 0

◎숱한냉대 떠밀려 탈선 십상/받아주는 곳 없어 직장얻기도 하늘의 별따기 학습능력이 모자라 중도탈락했든 가정형편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못했든, 혹은 탈선 끝에 스스로 뛰쳐나갔든 학교울타리를 벗어난 숱한 청소년들이 사회의 언저리를 겉돌고 있다. 한번 궤도에서 벗어나면 사회의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 그들은 사회의 보호와 관심대신 차가운 시선이나 외면에 절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학교중퇴자는 자칫 사회중퇴자로 이어진다.

 『공부하기 싫다고 철없이 학교를 그만둔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지난 26일 청부살인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김모씨(23)의 뼈아픈 후회다. 고향에서 중위권 성적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김씨는 고2 때 「공부가 따분하다」는 이유로 중퇴한 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탈선의 길에 빠져들었다. 폭력혐의로 6개월간 소년원생활을 거친 뒤에야 정신을 차린 김씨는 중장비학원을 다니며 사회복귀를 위해 안간 힘을 썼다. 그러나 학교중퇴자에다 전과까지 있는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어렵게 배달원으로 취직했으나 피곤함과 박봉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주변의 유혹에 스스로를 포기해버렸다. 김씨는 따뜻한 손길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 시절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중·고교 중퇴자가 92년 2천6백18명, 지난 해에는 2천2백4명이나 됐다. 올해에는 8월말까지 1천4백17명으로 연말까지는 2천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감소추세지만 안심할 일은 아니다. 가출청소년 상담기관인 서울YMCA 「청소년쉼터」 한명섭간사는 청소년들의 70% 이상이 가출충동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행하는 비율도 이중 20%는 된다는 설문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이들 뿐이 아니다. 매년 엄청난 수의 미진학청소년들이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사회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을 기다리는 곳은 거의 없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할 만한 공동체나 정상적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기관도 드물다. 결국 정상적인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개인적 노력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한간사는 『청소년들을 취업시킬 데가 없다. 직업훈련시설도 학교보다 오히려 규율이 더 엄해 견디기 힘들어하고 대부분 카페나 서비스업으로 빠져 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중퇴자들을 가장 견디기 힘들게 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시 하는 시선이라는 것이 그들의 고백이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모씨(28·여)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 2학년 때 중퇴했던 사람. 강원도 삼척출신의 황씨는 학교중퇴 후 공장사환 음식점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지난 해 서울 장위동에 4평 남짓한 분식집을 차렸다. 『형편이 나아지면 검정고시공부를 시작하겠다』는 황씨도 『사회의 백안시와 냉대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체육부 산하 청소년상담기관 「청소년대화의 광장」의 구본용박사(교육학)는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첫 제도권에서 좌절할 때 잘 보살피지 않으면 거절당했다는 정서를 갖게 되고 곧 철저한 학력 중심의 사회구조를 깨달으면서 분노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박사는 『소외감의 악순환을 막는 단기대책으로는 전문적 상담교사의 배치등 청소년상담활동의 활성화가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