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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대인관계/섹스고민/정신치료도 컴퓨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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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대인관계/섹스고민/정신치료도 컴퓨터시대

입력
1994.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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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이용 「사이버-프로이드」등 실용화/“무감정으로 사람과 상담” 구미서 효과 입증 「아늑한 카페 한 끝에 작은 문이 나 있다. 이 문을 열고 나서면 나무판자가 중간에서 끊긴 다리와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그 아래로는 시퍼런 물결이 출렁인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무판자 위를 건넌다」

 이 장면은 현실이 아닌 컴퓨터 화면이다. 컴퓨터 사용자가 마우스를 이리 저리 움직이면 자신이 화면 속에서 진짜로 움직이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고소공포증 환자들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거기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심리학자 랠프 램슨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으로 고소공포증 환자 90명중 90%가 1주일만에 진짜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크게 활용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지 최근호는 전한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통칭 「사이버 프로이드」(CYBER FREUD: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의 역할을 컴퓨터가 하고 있다는 뜻)로 불리고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그동안 이같은 하이테크 치료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컴퓨터가 인간의 영혼까지 치료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사이버 프로이드가 당당한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존 그레이스트 교수(심리치료)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진단프로그램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우선 환자에게 「…라면 …하겠다」는 간단한 질문을 제시한다. 환자가 자판을 눌러 「예/아니오」로 답하면 그 결과를 데이터처리해 컴퓨터가 자체진단을 하는 것이다. 이같은 컴퓨터 진단결과를 전문가의 그것과 비교해본 결과 완전히 일치했다는 것이 그레이스트교수의 설명이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캐린 그루버가 맡고 있는 한 환자(직장여성)는 파티에는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었는데 컴퓨터 치료로 큰 효과를 봤다. 그녀가 갖고 다니는 「사이코 워크맨(PSYCHO WALKMAN)」은 매일밤 9시면 「따르릉」 신호를 울린다. 그리고는 현재의 기분상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아낸다. 이 환자는 이 프로그램과 질문·답변하는 과정을 『장난감 곰과 함께 있거나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제 파티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됐다.

 특히 섹스문제에 고민하는 환자라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훨씬 효과가 크다. 기계 앞에서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 심리치료사인 이츠학 바이닉과 에릭 옥스는 「섹스퍼트(SEXPERT)」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성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적절한 행동에 대해 충고해주는 프로그램이다.81쌍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이들은 컴퓨터에 대해 『민감하다』 『솔직하다』 『사람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의사와 상담할 때보다 더 솔직하게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터는 감정이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감정적으로 조작할 수 없고 자아도 없다. 환자와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오히려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환자와 심층심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꿈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지는 못한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 지는 알 수 없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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