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걷힌 세금 통일대비 “저축”/4대강수질개선 2백44%나 증액/「성역」방위비 기획원 첫심의 의의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흑자예산(7천억원)편성과 사회간접시설 및 농업부문 예산증액과 함께 쾌적한 삶을 위한 환경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또 사상처음으로 방위비를 기획원이 직접 심의한 것도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거둔 세금을 모두 쓰지 않고 일부를 남겨 두는 흑자예산은 경제원론에는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드문 예산편성수단이다. 정부는 지난 84∼86년에 흑자예산을 편성한 적이 있지만 채무상환액을 일반회계 본예산에 직접 반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경제기획원 예산실측 설명이다.
정부가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음으로 흑자예산을 편성한데는 이유가 있다. 예산편성 실무책임자인 경제기획원 이영탁예산실장은 『정부가 흑자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필요할 경우 적자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잘라 말했다. 세수전망이 어둡거나 지출수요가 많을 때는 언제든지 국채를 발행하여 세입재원으로 충당하는 적자예산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또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세입전망이 좋을때 흑자예산을 편성, 통일비용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별다른 부담없이 흑자예산으로 편성하게 된 것은 세수전망이 밝다는 이유도 있다. 재무부의 국세예산안에 의하면 내년도 국세규모는 금년보다 18% 늘어난 54조5천2백92억원에 달한다. 일반회계규모 증가율이 15.9%나 되고 여기에 농특세(1조5천4백32억원)를 감안할 경우의 실질적 일반회계증가율은 19%수준에 이른다. 세금초과징수액이 올해는 약 9천5백억원, 내년에는 1조∼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풍부한 세원을 기반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따른 본격적인 개방경제체제에 대비한 국가경쟁력강화에 역점을 두고 예산을 배정했다.
사회간접자본(SOC)확충을 위한 예산이 6조7천7백1억원으로 금년대비 21·6% 늘어난 것이나 농림수산부문의 예산을 39.4% 증액한 8조1백23억원으로 책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또 수질개선 폐기물처리등 환경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금년보다 87.1% 증가한 1조1천1백41억원을 배정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등 4대강 수질개선 사업비가 무려 8천3백71억원으로 금년대비 2백44.1% 늘어났다.
예산실은 올해 처음으로 율곡사업등 방위비예산을 본격 심의했다. 과거 성역시되어 온 방위비예산편성이 예산실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94년은 군부예산에 대한 「문민심의」의 원년이다. 기획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율곡사업등 주요 방위예산은 총액을 떼어 국방부에 넘기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방위비예산증가율은 금년 9.4%에서 9.9%로 0.5%포인트 높아졌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시행될 지방자치제에 대비하여 시도별로 5년단위의 지역발전종합계획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도 특징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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