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혈변의 가장 흔한 이유는 치질이다. 가끔 대변을 볼 때 피가 휴지에 묻거나 선혈이 뚝뚝 떨어지며 전혀 통증이 없으면 거의 대부분이 치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년기 이후 피고름같은 것이 변에 섞여 나오며 대변을 수없이 자주 보고 이런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직장암일 수도 있다.
치질도 아니고 직장암도 아닌데 대변에 피가 섞이는 경우는 궤양성대장염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원래 서양인에게 많은 궤양성대장염은 최근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젊어서 이 병이 생기면 재발이 잦아 악화와 호전을 거듭하며 평생 고생하게 된다.
약을 쓰면 급성기를 완화시킬 수 있고 재발을 억제할 수 있지만 완치는 불가능한 병이다.
아직까지 발병원인을 모르는 궤양성대장염은 10년 이상 경과하면 대장암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한 병이다.
따라서 일단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받으면 대장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등 대장암에 대한 정기적 검진이 필요하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점막에 궤양이 생겨 피가 나오는 질병이지만 점막 자체가 염증 때문에 푸석푸석하게 돼 딱딱한 대변이 지나가기만 해도 점막이 탈락, 궤양이 생기게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다행히 항문 근처의 직장에 궤양성대장염이 많이 발생하고 대장 전체에 퍼지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항문 근처에 궤양이 있으면 경구약보다는 좌약을 많이 사용하며 효과도 좋은 편이다.
궤양성대장염이 몹시 심해져 출혈이 심하면 대장기능이 마비된다. 이 경우엔 대장 전체를 잘라내고 인공항문을 달아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만성적 고질임에 틀림없지만 관리만 세심히 한다면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민영일·서울중앙병원 내과과장>민영일·서울중앙병원 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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