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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평행선 대립/영변로 재가동 폐연료봉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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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평행선 대립/영변로 재가동 폐연료봉 처리

입력
1994.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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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실험용 내세워「핵카드유지」속셈/「미래의 핵의혹」우려 미도 “양보불가”/북주장 강화… 회담 공전가능성 지난번 제네바에서의 제1차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했던 폐연료봉처리문제와 녕변 5㎿원자로의 재가동문제가 이번 2차 3단계회담에서도 여전히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오히려 지난번 회담에서보다도 이 문제들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더욱 강도높게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미국측은 폐연료봉의 영구적 처리와 함께 5㎿원자로의 가동중단및 폐쇄는 대화를 계속하기위한 토대에 속하는 사안이기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자칫하면 회담자체가 공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핵연료봉을 인출한 5㎿ 원자로에 연료봉을 다시 장전해 가동하겠다는 주장을 이번에 처음 제기한 것은 물론 아니다. 북한은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시작되기전「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아 5㎿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3단계 회담과정에서 이 원자로를 궁극적으로 다시 가동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5㎿ 원자로는 실험용이기 때문에 핵문제의 전반적인 타결과는 무관하게 원자력기술개발및 요원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요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국에 대해 대북 경수로건설이 착수될 경우 그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기술도 부분적으로 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원자력기술의 확보라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이러한 요구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대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선 흑연감속로인 녕변 5㎿원자로를 계속 가동함으로써 재처리가 가능한 폐연료봉을 수시로 확보,자신들의「핵카드」를 유지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새롭게 이전을 요구하고 나선 원자력 기술중에는 천연우라늄을 경수로에 맞게 저농축 우라늄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또한 북한이 「핵의혹」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당장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개발가능한 상태에까지 자신들의 기술수준을 끌어올려 두겠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폐연료봉의 영구적 처리를 위해 제3국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제안에 맞서 「건식보관」이라는 방법을 내세우며 계속 끌어안고 있으려는 것도 「핵카드」활용의도와 직접 맞물려 있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건식보관은 그 기술적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재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5㎿원자로의 재가동과 폐연료봉의 건식보관을 연결시키면 북한내에 언제든지 플루토늄으로의 재처리가 가능한 핵물질이 차곡 차곡 쌓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회담의 당사자인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도 이러한 상황전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대북협상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할 경우 북한이 설혹 특별사찰등을 통해 과거 핵의혹을 규명한다고 해도 한미 양국은 계속해서「미래의 핵의혹」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의 회담에서도 이 부분을 계속 고집할 경우 회담자체가 한치도 진전할 수 없다는 점때문에 북한의 이러한 요구가 협상전술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북한이 내심으로는 미국보다 이번 회담에서의 전반적 타결을 더 원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즉 북한은 대내외적인 관점에서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주장이나 요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협상기반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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