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단순한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적인 수준에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우리사회가 발전을 거듭해온 화려한 외양과 달리 안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30여년의 본격적인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업사회와 초첨단사회에 걸맞는 규범과 질서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칭송을 받던 전통적 가치와 예절은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어온 반면 산업사회와 민주주의 생활에 걸맞는 보편적 규범은 아직도 유치한 도입단계에 있을 뿐이다. 우리사회의 규범은 그만큼 혼란스럽고, 개인적 가치는 이중적이다.
서구의 나라들이 개인주의적 목표에 충실하고 우리사회에서는 가족지향적 행위가 많다고 하나, 실제의 관행은 반드시 그렇지 못하다. 어느 가족사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신세대의 대표적 가족관이 가족관계에서 얻을 것은 다 얻으나 의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사회에는 개인적 탐욕에 충실하나 공공성의 개념에는 무지한 많은 유형의 인간들이 부지기수로 있음을 우리의 거리문화, 자동차문화, 행락문화가 증명하고 있다.
이와같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현상은 근대사회의 가장 유치한 단계다. 이러한 단계를 타율적으로 종식시키려면 거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단계를 자율적으로 대체하려 한다면 민주주의적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무규범성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규범성을 갖추지 못한데에 있다. 힘의 논리를 대체하는 자율의 논리, 합리적 논리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성숙된 산업사회에서 정당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경기규칙에는 엄격하면서도 경쟁에서 낙오된 특수집단에 대해 따뜻한 배려를 병행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치부의 규범과 소비의 규범을 세우지 못한 우리사회에 범죄발생의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규범형성에 대한 반역적 성격이 더욱 강하며 대표적인 아노미(무규범)성 범죄다. 악화된 사회의 규범 속에서 자신들의 좌절감을 힘의 논리에 의해 해소하려 함으로써 새로운 규범형성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무규범상태의 약점을 해소하려면 사회적 규범을 세우기 위한 보상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개인은 사회를 환경으로 가지나 사회는 개인의 관계와 행위를 통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회적 규범은 개인으로 내면화 해야하고, 개인은 올바른 사회적 규범의 확립을 위하여 노력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사회를 욕하기 전에 경쟁의 규범과 공동체 규범의 확립을 위해 각자가 무엇을 했는가를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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