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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개인정보」/김성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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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개인정보」/김성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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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조직 지존파일당이 대규모 살육극을 벌이려고 입수한 서울 현대백화점의 대외비 「우수고객회원명단」은 어이 없게도 이 백화점 말단여직원이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존파일당의 부탁을 받고 백화점 고객명단을 「먹이감」으로 선뜻 건네준 장본인 이주현씨(23)도 당초 경찰의 지목처럼 전문브로커가 아닌 고향친구에 불과했다. 개인의 신상정보를 관리하는 고위직원과 전문브로커가 개입하지 않은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의 정보관리체계에 크고작은 구멍이 곳곳에 뚫려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존파일당에게 백화점명단이 흘러들어간 경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김현양의 부탁을 받은 이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정도의 친분인 단란주점 종업원에게 명단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자친구에게 여러차례 명단을 구해준 경험이 있는 술집 종업원은 87년 6∼9월 서울 G백화점 근무때의 동료에게 부탁했다. 그 동료는 88년 6월부터 90년 1월까지 무역센터 현대백화점에 근무한 경력을 끈으로 현대 백화점 신용판매과 여직원 김민경씨(23)에게 부탁해 명단을 빼냈다.

 이씨는 명단을 구해준 대가를 받지않았다고 말했다. 거짓말같지는 않아보인다. 그것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한낱 종이쪽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더구나 범행대상으로 써먹으려는 지존파의 손에 들어가면 명단은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까지 빼앗는 흉기와 다름 없다.

그런데도 이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너무 무신경했다. 명단을 유출한 백화점 여직원은 『판매과 사무실에서는 회원 명단을 이면지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각 백화점들은 지존파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위해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같은 법석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이번 소동은 개인정보를 목숨처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는 계기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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