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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스승/기업 「프로슈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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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스승/기업 「프로슈머」 시대

입력
199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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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주류·화장품·가구업계 등 “너도나도” 「고객은 우리의 스승」 「소비자가 원하는 맛, OB가 찾습니다」 동양맥주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서울 부산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일제히 진행했던 「맥주맛 테스트」에서 내건 캐치 프레이즈다. 이 행사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양맥주는 이 행사를 통해 나타난 소비자의 「입맛」을 새로운 제품개발에 1백% 반영할 예정이다.  

 소비자 위에 군림해오면서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구매를 강요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자들을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을 직접 제품기획과 판촉활동에까지 참여시키는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기법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에는 기업간 무한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이제 회사가 망하는 시대가 됐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소비만 강요당하던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산과정에 직접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도가 높아져 프로슈머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런 물결을 무시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예언한데서 나온 말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제품개발에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은 특히 업체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전 주류 화장품 가구등 소비재업체들 사이에서 숨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고객의 취향을 경쟁업체보다 먼저 파악하고 이를 제품기획과 생산에 적용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들을 짜내느라 온힘을 쏟고 있다.

 금성사는 지난 주 제품개발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1백명의 주부들로 구성된 「고객평가단」을 업계 처음으로 모집했다. 이 회사는 고객평가단을 지속적으로 운영, 모든 자사 가전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점검받는 한편 이들의 평가를 신제품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주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금성사의 「신세대 냉장고」는 프로슈머 마케팅기법으로 탄생한 제품의 대표적인 케이스. 냉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일일이 허리를 굽혀야 하는 주부들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뜻에서 만든 이 냉장고는 손길이 자주 가는 냉장실을 위에 둬 선채로 물건을 꺼낼 수 있도록 했고 그 대신 냉동실은 아래에 두었다. 금성사는 이 제품개발을 위해 설문·방문조사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이를 통해 나타난 냉장고 사용경험과 불편등 주부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동서가구는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들을 모아 만든 「컨셉트가구」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장롱을 사용하면서 느껴야 했던 각종 체험이 바탕이 돼 만들어진 이 가구덕분에 동서가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을 17%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의류업체인 신원도 매년 패션디자인전을 개최, 일반인들의 디자인 응모작품을 제품개발에 연결시키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의류 화장품 가전업체들은 공중의 전파를 잡아내는 안테나처럼 소비자들의 구매형태와 각종 의견을 파악하는 이른바 「안테나숍」을 운영하고 있다. 태평양은 서울 성신여대 앞과 이화여대 앞등에 「아모레 뷰우티 인스티튜트」를, 럭키는 「드봉뷰티센터」라는 안테나숍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자기 회사의 각종 신제품을 비치해 놓고 젊은 여성들에게 무료로 사용토록 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미용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사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와 욕구를 하루하루 확인하고 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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